[프리즘]공직자 출마

 총선이 다가오면서 신문지상에 ‘출마’라는 단어가 제법 많아졌다. 그런데 말(馬)이 선거에 나오는(出)것도 아닌데 왜 출마(出馬)라고 부를까. 꼭 말에 빗대야 할 이유가 궁금하다.

 출마는 ‘마구간에서 말을 내오다’는 뜻이다. 나아가 ‘임지(任地)에 나간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말이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옛날, 임지로 떠나는 관리를 위해 말을 내왔다는 의미다.

 말은 또 전투수단이다. 출마는 곧 ‘출전(出戰)’을 뜻했다.

 임지로 가든,전장에 가든 어쨌든 임금과 나라를 위한 것이다. 여러모로 ‘출마’는 나라에 대한 충정어린 마음가짐과 이를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말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고위공직자 총동원령을 내렸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 참모 등 30여명을 차출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아예 지역까지 찍어 나돈다.

 야당은 “대통령이 입당하지도 않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전념하겠다며 경제 각료를 차출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김광림 재경부 차관의 동시 차출설이 그렇다.

 당과 정부 사이에 막힘이 없는 대통령제에선 공직자의 차출이 용납된다. 장차관을 동시에 차출하는 것도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그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정말 무리수를 뒀다면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원치않는 출마다.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 각료 중엔 지금 당장 출마할 뜻이 없는 이도 여럿 있다. 이들의 출마는 ‘출마’의 본디 뜻과 상당한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쨌든 출마를 결심한 공직자는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일이다. 그러기 위해 올 설 연휴가 길었던 것은 아닐까.

 <신화수 IT산업부 차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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