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정대종 우리홈쇼핑 사장(4)

 “우리홈쇼핑 콜 센터는 부산에 두도록 하죠.”

 2001년 3월 우리홈쇼핑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고 난 뒤 공동 대주주인 경방과 아이즈비전 대표가 회사 설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방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콜 센터를 부산에 두기로 결정한 것은 상대편인 아이즈비전 입장을 배려한 나의 결단 때문이었다.

 컨소시엄 통합에서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 항상 같은 목소리를 냈던 대주주나 심지어 컨소시엄 참여에만 의미를 두었던 소액 주주까지도 막상 홈쇼핑 사업자 승인을 획득하고나니 저마다의 입장이나 이익이 될 만한 몫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공동 대주주 입장에서는 조기에 사업을 안정시키고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진과 집행 임원을 포함한 초기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차출 또는 채용해 회사의 기본 골격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주는 배정된 이사수의 증원과 집행 임원진에 참여할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정보와 물류 시스템 심지어 입주할 사옥에 이르기까지 이익이 되거나 각 사의 사업에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서로의 입장을 내세웠다. 양대 주주인 경방과 아이즈비전은 이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아이즈비전이 지정한 단일 대표 체제로 우리홈쇼핑을 출범키로 했지만 훗날 매스컴에도 오르내렸던 양대 주주 사이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은 공동 대표제의 ‘불씨’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런 논의 가운데 큰 쟁점 중 하나가 콜 센터를 어디에 두느냐는 것이었다. 부산에 두자는 아이즈비전측의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경방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이즈비전은 우수 인력 확보 차원에선 부산이 유리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우리홈쇼핑 설립 취지와도 맞는다는 주장이었고, 경방은 물리적 거리 차이로 인한 비용, 의사 소통, 통제 등에 문제가 있으니 서울에 두자는 입장이었다.

 나는 비록 경방측 대표의 일원이었지만 콜 센터 위치 건만은 단기적인 이해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 전망으로 결정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IT가 이미 공간의 문제를 해결했고, 미국 기업의 콜센터가 필리핀으로 이전하는 시대에 단지 본사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는 타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콜센터가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높은 이직률을 낮추고,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 최적지라고 판단해 경방측 대표를 내가 직접 설득해 콜 센터를 부산 아이즈비전 빌딩에 두기로 최종 결정했다.

 우리홈쇼핑이 개국한지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이직률, 통화 성공률, 걱정했던 경상도 사투리, 원격지에 따른 의사소통 등 어디에서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콜센터임에도 대졸사원 비중이 90%가 넘는 우수한 인적자원, 극히 미미한 이직율 등으로 다른 회사의 콜 센터보다 훨씬 수준 높은 고객 응대 서비스로 회사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나보다는 남의 입장을 생각해서 결정한 선택이 지금의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daejong@wo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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