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자사 회원 3367명을 대상으로 ‘2004년에 바뀌었으면 하는 직장 풍속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6.5%가 ‘상사 눈치보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새해에 바뀌어야 할 직장 풍속도로 ‘상사 눈치보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와 관련된 부분보다는 상사로부터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상사는 부하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즉 부하직원의 능력이나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끌어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임무인 것이다.
일본의 경영관리 전문가인 사토우 에이로우는 ‘부하마음을 끌어당기는 상사의 대화술’이란 저서에서 “상사가 해야할 일은 리더십을 발휘해 자신보다 우수한 부하를 양성하는 일”이라면서 코치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상사가 갖춰야 할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리더십은 힘(power)이 아니다. 권총든 강도도 힘은 있다. 리더십은 지위(status)도 아니다. 나보다 나은 부하가 한사람도 없다고 목에 힘주는 리더는 스스로 자신을 이류라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더십은 꼭 전문적인 것도 아니다. 상사가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그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부하만 있다면 회사는 발전하지 않는다.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상사보다 우수한 부하직원이 많은 회사야말로 미래가 밝다.
진정한 리더십의 기준은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느냐로 따지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이 위대한 일을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내가 꽃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음으로써 다음 세대가 열매를 맺게 해주는 것이다.
결국 리더의 길은 ‘스타’의 길이 아니라 끝없이 자기를 포기하는 ‘형극(荊棘)’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임을 자처해온 이 시대의 상사들이 한번쯤 꼽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갑신(甲申)년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보름 가까이 지났다.
새해에는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부하직원도 없고 자신을 생각하기에 앞서 부하를 성공시켜주는 코치와 같은 상사가 인정받는 합리적인 직장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김종윤 디지털산업부 차장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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