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갑신년 벽두부터 휴대폰 시장에 불어닥친 최대 화두는 ‘번호이동성’일 것이다. 통신단말기 보조금 정책이 없어지고 난 이후의 단말기 시장의 최대 화제인 것은 분명하다. 보조금 정책이 아닌 약정할인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이에 대한 법의 판정이 신문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번호이동성제를 알렸다. 역시 2004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번호이동성제는 급속히 소비자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 같다.
현재 15만명의 SK텔레콤 가입자가 KTF와 LGT에 분산돼 옮겨졌다. 그러나 SK의 전체가입자, 또는 지난해말부터 KTF나 LGT가 쏟아부은 광고·홍보비용의 지출에 비하면 전환가입자수는 아직 미미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번호이동을 결심한 가입자들은 사업 초기인 한달이내에 전환을 마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시장 성장의 달콤함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한편 사업 초기라 그런지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다. 전환시스템의 고장여부, 약정할인의 과대광고에 의한 피해사례 등 사건 사고들의 연속이다.
이러한 시장의 혼란 속에서 모바일 콘텐츠 제작회사를 꾸려가는 한 사람으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평소 친분있는 언론인들의 질문도 많았다. “번호이동성에 따른 통신회사의 지원은 없는가.” “번호이동성이 주는 모바일콘텐츠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
긍적적인 측면이라면 신형 단말기의 보급율이 올라가는 것과 콘텐츠 이용자의 이동으로 인한 콘텐츠의 통신 3사 서비스 또는 연동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이 없어진 이후 단말기 보급은 콘텐츠 제작자에겐 큰 걸림돌이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구형단말기 성능을 감안해 기획 및 제작을 함으로써 콘텐츠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렵고 제작시간도 길어졌으나 이번 번호 이동성 실시에 따른 약정할인 등 통신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신형 단말기의 보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중 하나는 고기능의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잠재시장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3D게임, 네트워크 게임 등 선도기술을 무리하게 발표하던 선두기업의 어깨가 좀 가벼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순수 콘텐츠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들이 기존 통신사에서 사용하던 모바일 콘텐츠를 타통신사에 가서도 찾게 될 것이란 점이다. 기존의 이동통신시장은 통신사 색깔에 맞춘 콘텐츠가 인기를 끈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번호이동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이동할 경우, 통신사의 색깔은 희석되고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콘텐츠 시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존 이통사에 있던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면 사용의 익숙함으로 계속 선호하게 될 것이다. 만약 찾을 수 없다면 사용자는 통신사에 콘텐츠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통신사의 색깔에 따라 다르게 내놓던 콘텐츠가 이통사 모두 또는 연동으로 진행되는 모습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무선인터넷표준플랫폼(WIPI)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번호이동성 서비스. 2004년 벽두를 강타하고 있는 이 서비스의 시행과 변화될 시장을 예측하면서 또 한번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단말기 시장의 호황, 그리고 각 통신사의 이해관계, 모바일 게임 콘텐츠 개발자의 작은 핑크빛 예상 뒤에서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지 모르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스쳐지나 간다. 정부당국에서도 이런 소비자의 모습을 생각하는 이동통신 정책을 펼쳐나갔으면 한다. 소비자가 이끄는 그런 경쟁력 있는 통신시장이 됐으면 한다.
◆전 유 웹이엔지 사장 ybond@webeng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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