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상거래 현실과 미래

 인터넷 쇼핑몰을 축으로 한 전자상거래(B2C)분야는 지난 8년 동안 IT와 인터넷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불과 수백만명에 그쳤던 인터넷 사용 인구를 수천만명으로 늘리고 인터넷을 비즈니스로 승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터넷 서비스 자체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공헌했다. 솔루션· 보안·지불결제(PG)·웹 디자인·인터넷 마케팅 등 쇼핑몰과 연관이 있는 분야를 키우는 ‘동력’이자 신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테스드베드’로 자리매김했다.

 보수적인 유통 업종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혁신의 동인’이 되었다. 하청업체에 머물던 수 많은 중소 제조업체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는 모태가 되었고 소호(SOHO)사업자를 비롯한 수만개의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꽉 막힌 고용 시장에 숨통을 터 주었다. 신용카드 등 투명 거래를 기반으로 세원 확보에 기여하고 유통 시장에서 가격 거품을 제거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헌했다. 쇼핑몰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온라인 지불수단은 인터넷 금융기법을 선진화하는 단서가 되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여러 업계를 먹여 살리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다른 나라에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수만개 사업자 중 불과 몇몇 쇼핑몰업체의 사기와 부정을 이유로 카드사에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높은 수수료율을 강요하고 일반 통신판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보안서비스(ISP) 등을 개발해 ‘옵션’이라는 허울 아래 사실상 이를 ‘의무화’하고 있다. 방송과 언론에서도 일부 부도덕한 쇼핑몰의 문제만을 집중 부각해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쇼핑몰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

 쇼핑몰 업계에서도 대기업 또는 펀딩만으로 덩치를 키운 대형 쇼핑몰이 자본과 규모를 앞세워 가격 위주의 출혈 경쟁에 앞장서는 상황이다. 그동안 쇼핑몰 시장의 한 축이었던 전문 인터넷 쇼핑몰과 ‘윈윈’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독과점 체제’를 고착화하는 데 더욱 몰두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둘러싼 제도와 정책도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우리 회사는 중국 국영 인터넷 쇼핑몰 설립과 관련해 중국 정부기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중국과 미국이 자본을 공동 출자하고 한국 기업은 기술을 참여하는 형태로,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합작사가 설립된다. 씁쓸한 사실은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중소기업공단 등으로부터 특허기술 개발자금을 신청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유는 대부분의 매출이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고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전자상거래는 도·소매 기업으로 분류돼 어떤 정책자금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도·소매 기업이고 해외에서는 선진 기술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추가로 기술 개발할 일이 쌓여 있음에도 자금 지원 신청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등장한 지 8년이 됐지만 과연 정부가 자발적으로 업계를 위해 기여한 일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혹시나 ‘우는 아이 떡 주는’ 식의 전시행정이 대부분이었고 이마저도 정통부다, 산자부다 자기들 영역만 확대하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초기 시장개척 단계부터 지금까지 힘든 시기를 딛고 ‘3대 신유통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내심 국내 전자상거래 분야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인터넷 쇼핑몰을 단순 유통업체로 분류해 기업의 사기를 꺾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흔히 인터넷 쇼핑몰은 사이버 공간에 상품을 진열해서 판매하면 그만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안과 트래픽 속도·인터넷 마케팅기법 등 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맞게 수십 가지 분야에서 자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기술 중에서 한국을 알릴 보석 같은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새해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희망의 해가 떴으면 하는 바람이다.

◆ 강상훈 트레이디포 사장 jkang@tradep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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