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유비쿼터스 시대 정보보호

 최근 관련 학자들에게 지난 1000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조사한 결과 1455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이 첫 손에 꼽혔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실로 금속활자 인쇄술은 정보의 생성, 처리, 저장을 담당하는 정보시스템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와 지식으로 무장한 시민계급 형성과 이를 통한 산업사회의 도래, 그리고 구체제 해체에 크게 기여했다.

 금속활자 발명 이후 500여년이 지난 1946년 컴퓨터가 만들어졌고 인터넷과 결합해 다시 한 번 정보시스템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산업사회 해체와 지식 정보사회 탄생으로 이어졌다. 또 지식 정보사회 탄생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1988년 마크 와이저가 보이지 않지만 원하는 모든 곳에 지각, 컴퓨팅, 네트워킹 능력을 가진 극소형 컴퓨터가 존재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을 때 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학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IT 혁명, 그중에서도 브로드밴드 전송기술, 나노기술, 차세대인터넷프로토콜(IPV6), 모바일 기술,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등은 막연하던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윤곽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저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가 “진정한 IT 혁명은 도래하지 않았다. 그 변화는 2020년경에 올 것이다.”라는 예측이 유비쿼터스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하여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신기술의 도래는 늘 상업적 응용과 함께 범죄에의 악용이라는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을 수반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보아도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나 생산성 향상과 같은 순기능 외에 인터넷대란과 같은 사이버테러나 개인 정보를 악용한 사기, 프라이버시 침해사고와 같은 사이버범죄라는 역기능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신기술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목소리를 높여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는 정보보호가 한 몫을 할 것이다. 흔히 정보보호라고 할 때 암호기술, 방화벽과 같은 기술적 측면만이 강조된다.

 그러나 진정한 정보보호는 정보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법과 제도 등 정책적 해결책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해결책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시대는 미지의 낙원이다. 이미 정부에서 IT 신성장 동력 산업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오늘날의 사회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다. 정보보호 학자들은 지난 20년간 안전한 지식 정보사회의 구축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지만 오늘날의 컴퓨팅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해 이제 정보보호의 개념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막연한 불안을 없애는 작업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합리적이라고 느낄 만큼 이뤄질 때 진정한 IT혁명, 유비쿼터스 시대가 올 것이다. 지난 1811년 유한책임법을 제정해 주주들의 막연한 불안을 불식, 뉴욕의 황금시대를 가져온 지혜와 리더십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

 정보보호는 미래 사회의 권한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모두가 이에 인식을 같이하고 지금부터 사회적 투자를 통한 대비를 해야 대한민국은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진정한 지식 정보 강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jil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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