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맹물로 가는 자동차’라는 국산 영화가 있었다. 휘발유 대신 맹물로 자동차를 움직이겠다는 식의 허풍선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이제 맹물 자동차는 현실화되고 있다. 수소연료 자동차가 바로 그것이다. 알다시피 수소는 지구표면 물질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지구상의 가장 흔한 요소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추출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이용되는 전기도 궁극적으로는 태양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이용된다고 하니 수소자동차는 말 그대로 맹물자동차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맹물이 사용되는 분야는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노트북PC나 단말기 등 모바일기기는 물론이거니와 가정용전자나 냉난방기기의 에너지로도 폭넓게 쓰일 전망이다.
수소를 연료화하는 장치, 즉 전기에너지나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게 연료전지다. 석유연료 시대의 에너지변환장치가 내연기관이라면 연료전지는 수소연료시대의 핵심 메커니즘인 것이다. 연료전지는 현재의 기술수준만으로도 리튬이온전지와 같은 2차전지에 비해 에너지밀도와 사용시간 등에서 3배 이상 앞선다고 한다. 충전시간도 불과 수초 정도여서 평균 3시간인 2차전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이미 60년∼70년대부터 연료전지를 석유 대체에너지로 정하고 연구를 거듭해왔다. 미국정부는 연료전지가 2040년경 현재의 1일 수입량과 비슷한 1100만 배럴의 석유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은 2020년경 자동차 500만대를 굴릴 수 있는 10기가와트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확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바야흐로 연료전지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문명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라는 말로 그 경외감을 대신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수소사회(Hydrogen Society)’라는 말로 일본의 연료전지 프로젝트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런 연료전지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차세대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연구개발에 나섰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새해에는 연료전지라는 말이 빈번하게 인구에 회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현진 디지털결제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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