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행동학자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 침팬지를 장기간 관찰함으로써 도구를 이용하는 동물이 인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선구자다. 침팬지는 도구 사용은 물론 소아마비 등 인간이 걸리는 모든 병을 앓으며 계급투쟁을 하고 협동심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심지어 기술이전도 하고 약초 식물까지 찾아낸다는 것이다.
침팬지의 도구 사용 사실에 대해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는 “우리는 이제 인간을 재정의하든지, 도구를 재정의하든지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달의 연구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품성을 지닌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 보다도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자전적 저서 ‘희망의 이유’에서 소녀시절부터 간직하고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과 꿈을 어떻게 현실화했는지 보여준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학력 때문에 약간은 열등감에 빠져 있던 젊은 처녀가 아프리카로 가서 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 그리고 인간과 침팬지에 대해 끝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과정은 평범해보이지만 진솔하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종종 정말 잔인하고 악해질 수 있다. 누구도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행동뿐 아니라 말을 통해서도 서로를 고문하고 싸우고 죽인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가장 고결하고 관대하며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작년말 우리는 남극점 킹 조지섬 세종기지에서 과학 한국의 꿈과 희망을 간직해 온 전재규라는 젊은 과학자를 잃어버렸다. 그가 남극이라는 오지에서 찾고자 했던 학문적 성과와 과학에 대한 열정을 우리는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우리 사회가 결코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란 질병을 앓고 있다. 심지어 의사들도 이제는 3D 직종 중 하나라는 외과를 기피하고 성형외과·안과·피부과 등으로 몰린다고 한다.
새해에는 꿈을 간직한 젊은 과학자와 IT분야 연구개발자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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