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대우 홈네트워크 제휴 의미

 세밑에서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홈네트워크 사업에 관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정보가전업계의 냉엄한 현실을 웅변해준다. IT분야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통신서비스업의 강자인 KT가 이미 손잡고 홈네트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어 두 회사가 이에 대적할 만한 협력사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기는 하다.

 하지만 이처럼 가전부문에서 경쟁사인 두 회사가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에서 ‘적과의 동침’이나 다름없이 공생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가전업계에서 첫 사례이기도 하지만 최근 산업계 상황이 이렇게 적끼리 짝짓기를 해서라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생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LG와 대우가 홈네트워크 분야에 관한 기술개발은 물론 마케팅·홍보 등 모든 부문에서 협력하기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두 회사의 공동전선 구축은 기본적으로 홈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한 상호 협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다.

 그동안 무선AV솔루션을 갖고 있으면서도 홈네트워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던 대우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LG는 홈네트워크 사업이 성공하려면 최종 단말기인 디지털가전제품생산업체와의 제휴가 유리하다고 보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양사가 각기 약점을 보완하는 공조가 이뤄진 만큼 이제 홈네트워크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보다도 두 회사가 노리는 것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내 홈네트워크의 표준을 정하는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회사가 제휴와 함께 곧바로 실무 전담반을 구성해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LG전자가 전력선통신(PLC)으로 자체 개발한 데이터전송방식을 공동으로 사용해 제품 및 솔루션 개발에 상호 협조하기로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양사가 생산하는 정보가전제품의 데이터전송방식이 같을 경우 상호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이 때문에 양사의 협력은 정보통신부가 디지털홈 시범사업과 관련해 추진중인 PLC모뎀 표준화 부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디지털홈 시범사업과 관련해 삼성-KT 진영과 LG·대우-SK텔레콤 진영간 경쟁을 벌이고 있고 양 진영이 사용하는 PLC모뎀 칩이 다른 상황이어서 PLC모뎀 표준화 방향에 따라 양진영의 향배가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게다가 홈네트워크 분야는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유수 기업들이 덤벼들고 있다. 세계적인 IT업체는 물론 반도체, 통신서비스업체 모두가 이 쪽을 쳐다보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도 표준경쟁이 치열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이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한 강자와 강자간 연합,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는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표준의 향배가 어떨지를 가늠하면서 국내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해외시장 진출에 그만큼 유리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제휴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만하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이런 제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그래서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세계시장에 나설 만한 강한 기업이 많아야 나와야 세계적 기업체와 제휴도 할 수 있고 그래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다. 정부의 IT정책과 기업정책도 이런 흐름에 맞도록 변화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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