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안을 한번 둘러보자. 미국이라면 지금 이순간, 대략 전체 직원의 약 3분의 1 정도가 사무실 자리를 비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해변에 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수업을 듣거나, 콘퍼런스에 참석하거나, 고객을 방문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팀 미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무언인가 암시해 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 심지어는 공식적인 통신 정책과 사무실 공유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도 이러한 현상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오늘날 근로자들은 무엇보다 팀 혹은 ‘가상의 팀’ 속에서 일을 한다. 이러한 가상의 팀에는 서로 다른 건물이나 서로 다른 시간대, 심지어는 서로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동료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설과 관리적인 면에 모두 반영돼야 한다.
나는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부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효과는 크다. 실제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이하 선)의 경우 실제 건물인 부동산 소유를 줄여서 매년 5000만 달러의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이동성 만큼의 정보 이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보는 안전하게 휴대폰이나 호출기, PDA, 노트북, OA 시스템 등에 안전하게 전달돼야 한다.
상상해 보자. 모니터와 마우스, 키보드로 구성된 단순한 데스크톱 PC에 당신의 ID 카드를 삽입하는 순간 당신의 근무 환경과 똑같은 환경이 즉시 만들어진다. 사실 이것은 내가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이것은 선에 있는 나의 사무실에서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근교 어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는 모든 종류의 커넥션과 데이터가 암호화돼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며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사용하는 장비는 너무나 단순해(OS도 필요 없고 로컬 스토리지도 필요하지 않다)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도 없으며 중요한 데이터를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어느 PC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하며 사용하기 간편하게 설계돼 있다.
올해 말이면 나의 로밍 가능 지역이 북미 전체와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직업상 여행을 자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나의 개인 파일과 생산 툴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이 시스템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 파일과 생산 툴들은 내가 마지막으로 스마트카드를 뽑았던 바로 그 상태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이동성은 퍼스널 컴퓨팅의 낡은 경제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각각의 직원들을 위한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서버로 보강한 저가 데스크톱 PC를 사용하는 데 마이크로 프로세서당 25명의 사용자를 처리할 수 있으며 꽤 복잡한 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 전기료만 수백만 달러를 절약하면서 말이다.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하드웨어 교체는 망가지지 않는 한 불필요한 것이 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중앙 서버를 통해 손쉽게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이런 시스템에서는 한 명의 관리자가 최고 2000대의 데스크톱 PC를 관리할 수 있다. PC세계에선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다른 종류의 이동성을 생각해보자. 아주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이동성은 바로 직원 한 명을 이쪽 사무실에서 저쪽 사무실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보통 한 명의 직원을 옮기는 데에 약 800달러에서 15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선에서는 매일매일 사무실을 옮겨다니며 일하는 직원들이 있으나 그들에게는 단 한푼의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 시스템에서는 ‘이동’이라는 것이 스마트카드를 이쪽 장비에서 저쪽 장비로 옮겨 끼우는 것만큼이나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쉽게 새 팀에 적응해 업무를 재정비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런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한 해에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는 모든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과 책상을 할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발견하게 됐다. 세일즈 인력의 경우 우리는 사무실당 1.8명의 사용자를 할당하고 있는데 세일즈 직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에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으리라 보았기에 우리는 ‘플렉서블 존(flexible zone, 자유 공간)’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그 공간 내의 사무실들을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사무실들은 콘퍼런스룸과 같은 식으로 보존해 두도록 했다. 또한 어느 곳에서건 각각의 직원들을 위한 디지털 근무환경이 즉시 구성될 수 있도록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데이터 보존을 위한 최상의 장소는 데스크톱 PC나 노트북 안이 아닌 네트워크 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돈을 집안에 보관하는 것보다 은행에 저금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데이터는 네트워크상에서 더욱 안전하게 보존되며 더욱 쉽게 접속(액세스)될 수 있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단지 카드 한 장뿐이다.
향후 컴퓨터 산업은 보안성이 확보되는 이동성이 결정적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 이는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오늘날의 전화처럼 컴퓨터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보안성, 프라이버시 보호, 인증이 중요하며 다자간 인증이 실현되고 네트워크에도 상시적으로 연결된다.
선은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에 ‘자바’ 기반의 스마트카드를 삽입하면 카드 소유자 인증을 거쳐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들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카드 한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이동성과 보안성 보장은 물론 일반 PC처럼 자주 업그레이드할 필요성도 사라진다.
비즈니스 추세가 주기적으로 순환된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특히 경제 호황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기본 진리를 잊게 되기 쉽다. 지금 가장 큰 위협은 바로 단기적인 사고다. 기업 및 기업 주주들의 경우 분기별 결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수익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IT업계에서 장기적인 전략은 당연한 것이다. 기술 수명이 짧고 기술의 선점에 따라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지속적 연구개발(R&D)과 고급두뇌 확보가 필연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 스콧 맥닐리 회장 어록
“바나나는 금방 색이 변하고 물렁해져 버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시 신선한 바나나를 사는 것처럼 첨단 기술도 변화에 민감하지만 같은 이유로 항상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003년 1월 제33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페널티 박스 안에 있지만 현금이 충분하며 선은 여전히 기술 선도 기업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03년 9월, 애널리스트와의 모임에서.
“이번 컴덱스에 선보인 자바 기반의 스마트카드는 카드 소유자 인증을 거쳐 서버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 카드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도 보안성이 보장된다.”
-2003년 11월 가을 컴덱스에서.
“특히 윈텔 (윈도-인텔) 체제는 PC 업그레이드를 위해 엄청난 돈을 쓰게 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2003년 11월 컴덱스에서.
“우리는 이제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공격적으로 태도를 바꾸겠다. ‘자바 브랜드’를 보호하고 이미지를 쌓는 데 8년이 걸렸고, 이제 적극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시기다.”
-2003년 6월 자바원 콘퍼런스에서.
◆ 별자리로 본 스콧 맥닐리의 경영 스타일
- 스콧 맥닐리 (Scott McNealy):1954년 11월 13일 생, 전갈자리
1954년 11월 13일 생인 맥닐리는 말띠이며 전갈자리에 속한다. 이 주간에 태어난 전갈자리의 중심 이미지는 ‘매력’이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 비교하자면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타인에 대한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중년의 시기에 비유된다.
실제 스콧 맥닐리는 IT 업계에서 강한 의지와 날카로운 비즈니스맨의 면모를 겸비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전갈자리 사람은 현실주의자로 좀처럼 무리를 하는 일이 없고 또 실패하는 법도 없는 편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타인의 능력까지도 현실적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전갈자리 중 특히 이 주간에 태어난 사람은 경영자로 일할 때 능력을 더욱 발휘한다.
다만 내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다 보니 자칫 자기 만족적으로 흐를 수 있으므로 주위에서 수시로 새로운 기회에의 도전을 격려해 줄 보좌관을 두는 것이 좋다. 이 별자리에 속한 이들은 다른 사람을 과보호하거나 조종하려는 태도가 강한 편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지배하려 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전갈자리는 겉으로는 압도적이거나 독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불성실한 사람에게 냉정한 면이 있다. MS의 독점에 그렇게 반대하는 것도 공정한 것을 좋아하는 전갈자리 특성에서 나온 맥닐리의 기질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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