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글로벌 시대 남북 SW 협력

 지난 세기를 냉전시대라 한다면 미래의 세계는 글로벌 시대라 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특성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네트워크와 스피드라 한다. 글로벌 시대는 이념적 좌우, 지역별 빈부의 의미가 퇴색하고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의 지식과 자원을 전 세계적으로 즉 글로벌 차원에서 총동원하여 해결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미래 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큰 인도가 가장 글로벌화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음은 이러한 추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글로벌 솔루션을 위해서는 좌와 우의 편향적 사고나 과거의 일방적 경험을 외치는 방식을 떠나서 객관적 경험과 사실에 근거한 검토와 토의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 자원동원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요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남북한의 정보기술이나 소프트웨어 분야 협력사업을 고려함에 있어서 이 같은 글로벌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북한도 제한적이기는 하나 경제시스템의 개방과 협력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 북한의 경제시스템이 점진적으로 실리적 개방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음은 여러 사실을 통하여 감지될 수 있다.

 이 같이 지난 수년간 북한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제시스템의 대외 개방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기업과의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사업 추진, 중국 일본의 소프트웨어 위탁 개발,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합작사업, 북한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의 위탁 판매 등 여러 방면의 국내외 협력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지금 소프트웨어 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대대적인 변화 특히 공급과 아웃소싱 산업 차원에서의 개편이 시작되고 있다. 기존 인도위주의 글로벌 생산기지는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중국, 인건비와 문화적 유사성을 강점으로 한 동구권 유럽 국가 및 러시아가 새로운 아웃소싱 기지화하고 있다. 남북의 소프트웨어 협력 방향도 이 같은 글로벌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여 신속히 이루어져서 실현 가능한 사업 모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위싱턴포스트의 마이클 오핸론 기자에 의하면 북한을 볼 때는 큰 그림을 그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큰 요구를 하되 이에 따른 큰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이 같이 점진적으로 개방화 실리화되는 북한과의 소프트웨어 분야의 큰 그림 즉 글로벌 차원의 협력 전략은 어떻게 그려야 할 것인가.

 지난 7년 간 진행된 북한과의 소프트웨어 분야 교류 협력내용을 살펴보면 주로 소프트웨어 제품 위탁 판매,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공동연구 협력 사업, 첨단 단지 조성을 위한 협력안 교류와 같이 초기 협력 사업을 통한 상호이해 수준에 머물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협력 사업, 연구 사업, 위탁 판매 사업이 결국 글로벌 시장이나 글로벌 차원의 경쟁전략에 근거한 상호간의 윈윈 게임이라기보다는 남한의 생산기지로 북한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용하는 국지적 전략에 근거하였다.

 글로벌 경제시스템 하에서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의 이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자원 동원 및 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세계 시장에서 그 역량을 평가받아야 하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한의 경우 글로벌 수준의 무선 및 인터넷 인프라와 최신의 응용시스템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고도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북한의 경우 양질의 기술력과 애니메이션 개발 위탁을 통하여 입증된 섬세한 작업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강점에 글로벌 기업의 기획, 디자인 역량, 글로벌 표준과 개발방법론, 시장 정보만 결합된다면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한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는 무선, 애니메이션, 기술인력, 테스트 베드, 초기 시장 확보라는 남북한의 자원과 글로벌 기업의 기획, 디자인, 마케팅 역량이 결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는 네트워크와 스피드다. 우리만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상황 변화에 따른 속도감 있는 변화가 첨가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남한과 북한의 협력 차원을 뛰어 넘어서 양자가 지닌 강점과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사업모델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와 스피드를 고려한 글로벌 남북한 협력 모델을 제시할 때에 의미 있는 남북 협력 비즈니스 모델이 도출될 수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미래를 위한 글로벌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야 할 때다.

◆안준모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연구 초빙 교수  james.an@cito.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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