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신년특집]`신천지` 홈네트워크·텔레매틱스

◆ 홈네트워크

 홈네트워크가 다가온다.

 “나는 연결됐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이동통신의 발달로 새로운 차원의 네트워크 세상이 열리고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건 사무실에서건 혹은 외부에서건 이동통신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할 수 있다. 각종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 콘텐츠들이 연결돼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얻을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생활의 중심이 되는 가정 내의 모든 기기와 시설을 인터넷으로 연결, 각종 정보를 손끝에서 이용하고 외부에서도 가정 환경을 조정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는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이 될 전망이다.

 주 5일 근무제 시행, 고령화 사회 진입,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 사회 환경도 홈네트워크 시장 개화를 촉진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신문이 지난해 창간 기념으로 IT 업계 최고경영자(CEO)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홈네트워크는 한국의 차세대 대표산업으로 꼽혔다. 더구나 홈네트워크 산업은 차세대 이동통신, 차세대 반도체, 디지털 콘텐츠 등 9대 신성장 동력의 발전을 촉매하는 복합산업으로 평가된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유·무선 홈네트워크, 홈서버, 정보가전 등 홈네트워크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16%씩 성장, 2002년 341억달러에서 2007년 729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각종 콘텐츠와 원격 진료, 원격 교육, 보안 시스템에 주택 개조 수요까지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가정 내의 모든 ‘정보가전’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뜻하는 홈네트워크 시장은 크게 홈네트워크 가전 등의 장비 시장, 각 기기의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네트워크 장비, 콘텐츠·보안·의료 등의 서비스 시장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가전의 경우 디지털TV로 대표되는 A/V 기기들은 이미 홈네트워크화가 상당수 진척됐으며 DVD플레이어, 개인비디오리코더(PVR) 등의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접속 가능한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백색 가전 분야의 네트워크화는 아직 더딘 상태다.

 또 네트워크의 모든 기기를 통합하는 네트워크 장비는 결국 홈게이트웨이로 귀결된다. 홈게이트웨이는 인터넷, 방송(셋톱박스), 원격제어, 가정 자동화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홈네트워크 시장 장악을 위해선 홈게이트웨이 선점이 필수적이다. 업체들은 각자의 강점에 따라 PC, 디지털TV, 게임기, 셋톱박스, PVR 등을 홈게이트웨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비스 분야는 디지털TV, DVD의 발달에 따라 양방향의 고품질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각광받게 된다. 또 PVR를 통해 방송 시간표와 상관 없이 자유로운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해지며 주문형 비디어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외부에서 집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서비스, 거주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헬스케어 등이 가능해지며 특히 노인들을 위한 홈네트워크 시장이 각광을 받게 된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가전, 통신, 건축업체와 정부 등은 이미 홈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 나라도 홈네트워크를 10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정보통신부는 2007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1000만가구에 홈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자원부 역시 지난해 ‘경남 스마트 벤처 엑스포’에서 ‘지능형 홈 성장동력관’을 설치하고 민간 주도의 ‘지능형 홈 산업포럼’ 창립을 후원하는 등 홈네트워크 산업 클러스터를 위한 기반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 가전, 건축 업체들도 홈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거 문화가 형성돼 있어 첨단 홈네트워크 기술의 세계적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KT는 홈네트워크를 통해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매출 정체를 극복하는 신규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가전·건설·위성방송 사업자 등과 손잡고 홈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하되 홈게이트웨이를 통한 VoD 등의 서비스에 집중 투자한다. 2007년까지 약 230만가구에 홈게이트웨이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포화 상태의 백색 가전 시장을 돌파하는 것을 겨냥, 홈네트워크 사업을 진행 중이다. UWB, RFID 등 무선기술, 미들웨어 기술에 집중하는 한편 세계 홈네트워크 관련 대기업들의 표준 기구인 DHWG의 보드 멤버로 홈네트워크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LG는 냉장고, 에어콘, 세탁기 등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홈네트워크용 독자 프로토콜 LnCP와 관련 칩 개발에 나서면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이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되 항상 소비자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우 연구원은 “홈네트워크 분야는 다수의 기존 산업들이 혼재된 분야로 영역 구분이 힘들다”며 “소비자 수요와 시장 추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PC, 디지털TV, 게임기 등 어떤 제품이 네트워크 중심 기기가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편리하고 저렴한 인터페이스, 킬러 어플리케이션의 발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표준 경쟁에서 도태하지 않도록 세계 표준 제정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텔레매틱스

 인터넷과 무선 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는 가정과 사무실을 넘어 자동차와 거리, 그리고 개인의 손끝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장 대표적 수송 수단인 자동차를 네트워크에 연결, 각종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차 안에서 즐기는 텔레매틱스는 인간의 네트워크를 길 위로 확장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현재 달리는 기계에 불과한 자동차가 PC로 변모해 GPS 위성 등 각종 무선 통신을 통해 서비스 센터와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종 정보가 흐르도록 해야 한다.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데이터퀘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0년 세계 시장 규모는 582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국내시장은 58억달러에 달해 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의 통신환경과 단말기 생산력을 갖추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국내 텔레매틱스 시장 규모는 현재 1000억원대에서 2005년에는 1조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산업간 협력 모델 개발을 성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교통, IT, 자동차, 통신 등이 결합해 적정한 요금과 최선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사업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통, 자동차·IT·콘텐츠 산업 관련 부서가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복잡한 이해 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교통 정보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필요에 적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텔레매틱스 표준 수립 노력을 주도한다면 한국은 IT와 자동차가 결합된 텔레매틱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도로 위의 네트워크인 텔레매틱스와 함께 모바일 뱅킹과 스마트 카드, 전자태그(RFID) 등의 기술도 인간을 시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비퀴터스 세계로 인도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 주요 IT기업 홈네트워크 전략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 IT 기업 및 가전 업체들도 홈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가 강점을 지닌 PC를 홈네트워크의 중심 기기로 자리매김, PC 시장의 지배력을 가정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소니는 각종 AV 기기와 이를 연결하는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 이 네트워크를 통해 즐기는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장악한다는 야심이다.

 소니는 가전 기기와 콘텐츠를 포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안도 구니다케 소니 사장은 지난해 미국 ‘소비자 가전 쇼(CES)’에서 “컬러TV의 지난 50년 역사는 유아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TV는 ‘always on interactive device’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 가전의 결합을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소니는 TV,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2), PC(Vaio) 등 홈네트워크의 중심 기기가 될 수 있는 후보 제품들을 육성, 시장의 어떤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엔 DVD와 게임기가 결합된 PSX를 내놓고 모바일 게임기 PSP의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콘텐츠와 디지털 가전, 게임의 네트워크를 보다 긴밀히 하고 네트워크를 모바일로 확장한다는 야심의 일부를 드러냈다. 이 네트워크에 실리는 것은 소니의 영화와 음악이다.

 같은 일본 업체로서 마쓰시타도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대비한 홈네트워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자사가 강점을 지닌 DVD, 디지털TV, SD카드 등을 핵심 제품군으로 꼽고 있다. 이 회사는 도쿄에 홈네트워크 체험관 ‘파나소닉 센터’를 열기도 했다.

 MS는 PC 이후의 차세대 성장 기반으로 홈네트워크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1년 홈엔터테인먼트용 어플리케이션 및 기기 등을 담당하는 e홈 사업부를 신설,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지원을 하고 있다.

 MS는 홈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 자사 OS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MS는 케이블TV 업체 등과 협력, IP 기반의 TV 서비스를 꾸준히 실험 중이며 모바일 기기 및 자동차 등 일상 생활의 모든 필수품에 자사 OS를 심는다는 전략이다. 또 AV 기능을 강화한 미디어센터 PC를 통해 홈네트워크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인터넷 포털 MSN, 게임기 X박스 등을 통해 PC 이외 분야에서도 시장 지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필립스는 AV 기기의 네트워크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니와 함께 어떤 포맷의 디지털 미디어 파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의 개발 계획을 밝히며 홈엔터테인먼트 시장 지배 계획을 드러내기도 했다. 필립스는 집안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과 가전 제품 조작이 가능한 이동형 디스플레이 ‘i프론토’, 인터넷 오디오 등 홈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올해부터 본격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적으로 홈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MS의 독점을 막기 위해 리눅스나 자체 개발한 임베디드 OS ‘트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2007년까지 일본 모든 가정에 디지털 가전을 보급해 이른바 ‘e라이프’ 생활 양식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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