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꿈이 함께 하지 않는 신화(神話)는 없다. 신화는 고뇌와 번민,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을 만큼의 강한 좌절의 순간에 잉태된다.
최근 수년간 우리는 정치·경제·문화 전반의 혼란과 절망 속에 절치부심해 왔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희망을 갈구하는 절실한 마음속에 절망과 좌절을 함께 담고 있는 형상이다.
이는 2004년 대한민국이 또 한번의 신화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춰 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린 이제 땀이 배어있지 않은 신화는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의 노력을 신(信)·화(和)로 한데모아 세계를 경영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낸다. 이는 이미 세계의 부러움 속에 경제·사회·문화에 녹여 낸 우리의 IT 토양을 세계 중심의 대한민국 창조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다는 의지만으로 충분하다.
신화창조의 징조는 여기저기서 보여 지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에서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1920억달러를 넘어서 올해는 2200억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의 낙관적인 IT경기도 IT코리아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작년대비 17.1%의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이같은 성장세는 한국 만의 ‘나홀로 성장’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하는 것이어서 ‘희망’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상의 징조보다 우리를 한층 고무시키는 것은 지난해의 시련과, 그 시련을 극복하겠다는 오늘의 의지다. 사실 우리는 지난해 기억하기조차 부담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소득 1만달러를 뛰어넘기 위한 마지막 시험대라고 자위하더라도 그 충격은 우리에게 많은 좌절과 실망을 안겼다.
대선자금 문제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는 정치대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는 경제대로,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는 노사대로…. 하지만 이같은 혼란의 틈바구니에서도 신화창조의 역사는 준비되고 있다.
信의와 신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해 낼 수 없다. 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일궈냈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 구축,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전자무역 인프라 확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명성 등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한 많은 일들을 해 냈다. 또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산업의 첨단·정보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분야 구석구석에 IT의 옷을 입힘으로써 언제든지 새로운 성장의 피가 흐를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이미 우리 눈으로 확인한 우리의 이같은 잠재력은 신뢰할 수 있는 정치·기업문화 형성과 더불어 신화창조의 토양이 되고 있다.
和합과 융화는 새 대한민국 창조의 원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화합과 융화의 분위기는 일부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범부처 차원의 국정과제 추진, 모든 경제부처가 참여하는 성장동력 만들기 노력,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 분위기, 지역간 협력, 노사간 화합 사례 등. 물론 아직 첨예한 문제로 해결점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도 남아있으나 올해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이끌어 갈 하모니코리아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산업과 IT인프라, IT기술과 미래기술이 융화하는 움직임도 우리에게는 호재다. 특히 이같은 융화 추세에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는 다양한 징조들은 신화창조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創의적인 우리나라의 기술과 상품은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으로 정착된 주요 국가들은 소득 1만달러 달성 이후 5-10년 내에 창조적인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2만달러시대를 열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전국민과 기업,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10대 차세대성장동력 발굴 사업이 있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있는 기술·제품은 물론 향후 세계를 주도할 기술의 개발은 신화창조의 탄환이다.
신화창조는 ‘코리아 천동설의 실현’으로 귀착된다. 21세기 경제 광개토대왕을 꿈꾸는 우리의 동북아 허브 구상은 그 시작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움직이고 조작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이미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우리의 힘인 IT는 디지털경제력의 우열을 가름하는 지표로 부상해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국의 유무선 통신서비스 및 전자·가전제품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주요기업의 첨단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 땅에서 검증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대한민국이 중심에 서 있는 디지털경제 구조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테스트베드를 넘어 세계를 호령할 ‘코리아 천동설’도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닌 것이다. 떠오르는 중국, 다시 뛰는 일본도 우리의 협력 파트너이자 발판일 따름이다. 그 징후를 우리는 밀려드는 해외 주요 R&D센터, 세계에서 그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독자 표준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강의 기적, 월드컵 4강신화, 반도체·휴대폰 신화 등 세계는 대한민국을 기적과 신화를 만들어 내는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지금 산업·사회·문화의 깊숙한 곳곳에 용해돼 있는 IT파워의 분출과 폭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언론은 우리의 IT 파워가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것이라는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IT로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젠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믿을 차례다. 우리의 믿음은 세계 역사가 먼 훗날 ‘2004년 대한민국의 신화창조’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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