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관세로 수입되던 IT관련 장비들이 대거 과세품목으로 재분류되면서 관련업계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HFC망 관련 장비와 디지털편집솔루션 대해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 이에 반발한 업계가 일손을 놓는 바람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방송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 품목 8% 관세 부과=서울세관은 그동안 수입관세를 면제해온 증폭기·인코더·디코더·업컨버터·멀티플랙서 등을 관세 대상 품목으로 지정, 관세에 부가세와 가산세를 포함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또 실사용 프린터를 인쇄기로 분류해 8%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째 컴퓨터의 부분품으로 관세 없이 국내에 들여왔던 영상편집보드 업체들도 상반기에 서울세관이 8%의 관세를 적용, 지난 2년간 수입된 물량에 대한 관세도 함께 부과할 방침이라는 통보에 술렁이고 있다.
이와 관련, 20여 업체들은 이 제품이 컴퓨터의 부분품으로 관세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소명자료를 준비하고 관세행정심판제도의 문도 두드려 볼 방침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해석차 ‘뚜렷’=관세를 둘러싼 논란에는 복잡해진 관련 장비에 대한 품목분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세당국과 업체들의 해석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HFC망 관련 장비는 2002년 말 재정경제부는 관세율표에서 ‘유선전화기용 또는 유선전신용의 기기 및 영상전화기’로 분류되는 8517항목에서 유선방송 전송선로증폭기, 유선방송수신용컨버터 등 일부 품목을 삭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세관은 삭제된 품목이 8% 관세가 적용되는 8525, 8543품목으로 판단, 업체들에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편집보드 역시 세관에서 독자영상처리보드는 컴퓨터와 상관없이 독자기능을 수행하는 품목으로 관세 부과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HFC망은 단순히 케이블방송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인터넷과 전화 등을 동시에 사용하는 선로로 반드시 방송만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편집보드도 제품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편집과 영상물제작 등의 기능은 보드 자체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편집용 S/W와 이를 구동시키는 컴퓨터의 CPU로 과세품목으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수년 동안 수입해온 관행이 있는데 이를 적극적인 사전통지도 없이, 그것도 관세가 0%가 적용되자 곧바로 8%를 부과한다는 것은 관세징수에만 그 목적인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업계는 반문한다.
◇파장=업계는 이같은 관세청의 방침에 아예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부과의 부담이 엄청난데다 소급해서 적용할 경우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한 업체의 구매담당자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본래의 구매업무는 손도 대지 못한 채 오로지 이 관세문제에만 매달려 업무 자체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갑자기 과세항목으로 돌려지면서 최종 소비업체와 대부분 연간 단가계약을 체결하는 수입업체들이 문을 닫을 위기”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전망=당분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가지 제품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고 또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등 품목 분류가 복잡해지고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달 초 개원한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있기는 하나 아직은 IT관련 품목에 대한 분류작업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HSK관련 최고 기관인 재정경제부 역시 전체 품목에 대해 관세청의 요청을 받아 연1회 개정에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관세 전문가는 “업계는 물론이고 당국조차도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의 IT품목을 정확하게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세를 둘러싼 업계와의 마찰은 물론이고 국가간 통상마찰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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