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브랜드, 경제강국의 견인차

 수년 전 국내 기업의 경영자들이 해외 산업시찰을 갔을 때의 일이다. 여러 나라의 비슷한 전자제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매장에서 한 경영자가 판매원에게 “왜, 같은 규격의 비슷한 제품인데 유독 이것만 비싸죠?”라고 묻자 판매원은 “이것은 소니니까요”라고 아주 명쾌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브랜드로 답한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하려면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몇 개인가를 꼽아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 브랜드 가치평가 순위를 보면 그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상징이기도 한 코카콜라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 IBM, GE, 인텔, 노키아, 디즈니랜드, 맥도널드 순이다.

 상위권 브랜드 중에는 미국 브랜드가 단연 압도적이다. 그리고 일본은 도요타, 혼다, 소니, 캐논, 파나소닉 등이 있고, 독일은 벤츠, 폭스바겐 등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는 루이비통, 로레알, 샤넬, 이탈리아는 구찌, 프라다, 영국은 HSBC, 조니워커 등이 유명하다. 이처럼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보유 정도가 곧 국가경제력 순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을 가리켜 디자인 경영시대, 혹은 브랜드 경영시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들은 제품 자체를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제품에 숨겨진 이미지, 즉 브랜드를 구매하는 시대이다. 제품판매 매출에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브랜드 파워가 그 효력을 입증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기업경영의 핵심역량을 브랜드 육성에 집약하고 있다.

 IMF 위기의 강을 지나 8년간 소득 1만달러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희망은 디자인과 브랜드에 있다. 즉 생산을 잘 하던 나라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잘하는 나라로 전환해야 한다.

 2001년 통계자료를 보면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0.7% 증가했는데 수출단가는 13.1% 하락했다. 설상가상인 것은 그와 같은 단가하락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 경쟁만으로 세계 시장의 벽을 허물겠다는 근시안적인 노력만 가지곤 안된다. 얼마나 잘 만들고 얼마나 많은 양을 파느냐보다 무형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얼마만큼 고가격, 고마진으로 파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술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술경쟁만으로는 급부상하는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도 선진국의 속도를 따라잡기도 힘들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되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 요소가 접목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더불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야만 우리경제의 미래가 밝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브랜드를 관장하는 행정부서가 있다. 약 2년 전쯤 생긴 산업자원부 ‘디자인 브랜드과’가 그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육성을 지원하는 정부부서를 갖고 있는 경우는 우리 뿐이라고 한다. 또한 ‘대한민국 디자인·브랜드대상’과 같은 시상제도를 통해 디자인 경영을 장려하고 디자이너를 표창한다거나,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 디자인 및 브랜드개발 지원사업을 정부차원에서 펼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제 기업이든 정부든 브랜드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잘 만들고 더 많이 수출하면 된다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출실적을 쌓은 기업이 수출액이 크다는 이유로 상을 받던 시대는 갔다. 한국 상품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남기며 수출외형만을 키우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하려는 여타 우리 기업들에게 오히려 악영향만을 준다.

 이제 산업의 고부가가치, 경제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국가경쟁력이다. 단순한 사고의 전환 뿐 아니라 브랜드 경영 전략과 시스템 구축 강화가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브랜드강국의 고부가가치를 누리게 될 것이다.

 ◆ 박병천 더 브레인 컴퍼니 대표 park@itheb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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