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로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있는 게임상인 ‘2003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 게임업계의 지존으로서 위상을 재확인 했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게임 사용자들로부터 집단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안티엔씨 회원 20여명이 엔씨소프트 고객상담센터에 몰려가 점거농성을 벌였다. 안티엔씨 회원은 “엔씨소프트가 아이템 거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리니지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또다른 소비자인 전국PC방협회 인터넷PC문화협회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불매운동에 들어가겠다면서 ‘안티엔씨’ 세력에 합류했다. PC방협회는 “불합리한 과금체계가 PC방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집단행동이 결국 대한민국 최고상의 권위에 먹칠하는 양상으로 전개될까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엔씨소프트=대한민국 최고 게임회사’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집단행동이 거세질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점거농성을 벌인 리니지 이용자는 당장 ‘엔씨소프트, 소비자 우롱대상’이라는 피켓을 내들었고 PC방협회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기관과 연대, 강력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PC방협회,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집단행동이 거세지면 ‘리니지2’ 18세 등급을 내리기 위해 심사기준까지 흔들었던 영등위의 원칙없는 등급심사가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안티엔씨’ 문제는 이래저래 게임업계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엔씨소프트가 내세운 아이템거래에 반대하고 영등위의 불합리한 등급기준에 항의하겠다는 취지는 묻히고 반발만 더 키웠다. 소비자, 정부 등 모두에게 좋은 취지를 설득하고 조정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선도업체로서 역할을 다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똥은 동종업계에까지 번져 업계의 이미지 추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역할에 소홀하면 상응하는 부메랑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안티엔씨’는 엔씨소프트 스스로가 키운 자승자박의 한 모습이다.
<정보사회부·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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