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아주 특별한 소리여행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전2권)

 이동희 지음

 이채 펴냄

 

 2002년 새해 벽두, 대학 졸업을 앞둔 국악 전공의 여대생 3명이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남들 다 가는 어학연수도 배낭연수도 아닌 이들의 배낭 여행길에는 어른 몸통만한 짐이 하나씩 더 딸려 있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전통 악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낯설어진 전통악기를 들고, 이들은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리고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확인받겠다”는 당찬 꿈을 품은 채 ‘워킹 코리아(Walking Corea)’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용감하게 발을 내디뎠다.

 이 책은 서울대 음대 국악과 졸업반인 저자 이동희씨(23)가 같은 학과 친구 차승민, 박영주씨와 함께 장구·대금·가야금을 둘러메고 2002년 1월 31일부터 180일간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유럽의 지붕 스위스까지 22개국을 돌며 길거리 공연을 펼쳤던 여행담이다.

 저자는 “국악과 졸업생의 대부분이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지난 10여년간 국악에 매진한 것이 과연 바른 길이었는가를 알고 싶었다”며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국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기 위해 여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도 강가강에서, 네팔 룸비니의 논두렁에서, 베를린 장벽 앞에서, 파리의 예술의 다리에서, 영국 하이드파크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은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 때로는 음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소소한 의견차로 부딪히고 갈등을 겪기도 했고, 때로는 차가운 반응에 좌절하고 그저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선에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들의 문화, 저들에게 통용되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은 뒤로 이들의 공연에는 진정한 흥이 붙고 신명이 솟는다. 낯선 문화권, 얼굴색과 눈빛 다른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정작 우리나라에서 천시받던 우리 음악의 소중함과 그 발전 가능성을 온몸으로 채득한 이들의 발걸음은 등에 진 무거운 짐에도 가볍기만 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 8월 MBC TV 심야스페셜 4부작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을 통해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YWCA 좋은 TV프로그램 특별상’과 ‘대한민국영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책의 저자인 이씨는 이 프로그램을 본 대장금의 이시형 음악감독의 눈에 띄어 어린이들과 함께 국악풍의 대장금 주제가를 부르는 행운을 안게 됐다. 또 내년 2월께 정식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할 계획이어서 새로운 국악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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