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막기 하느니 차라리 팔아"
LG그룹의 금융업 포기 발언에다 LG카드 부실부분 처리 문제가 혼선을 겪으면서 LG그룹 관련주 주가가 요동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카드채와 연계돼 발생한 최근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LG그룹주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카드에 대한 직접 자금지원 가능성이 높아진 LG전자와 LG화학은 여타 계열사에 비해 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연구원은 “LG카드와 증권의 매각진행 과정(성사여부, 일정, 가격 등)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심리적으로나 수급적으로 계열사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6일 개장 직후부터 LG전자와 LG화학 등 LG 계열사들이 동반 급락했다. LG카드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5950원으로 장을 마쳤고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LG투자증권도 12.40% 내린 7350원을 기록했다. LG화재(6.05%), LG(8.60%), LG상사(2.31%) 등 대다수의 계열사 주가들이 하락했다. 증권거래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LG그룹사의 시가총액은 카드채 문제가 불거지며 현대자동차그룹에 뒤쳐져 4위로 밀려났다.
이는 우선 LG그룹이 LG카드와 증권의 동시매각을 적극 검토하게 된 데는 지주회사체제에서 금융계열사가 갖는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으로써 증권이나 카드, 보험 등의 계열사를 보유함으로써 누려온 각종 혜택들이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사실상 봉쇄돼 ‘계열사로 갖고 있어도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제조계열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단기자금을 긴급 조달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룹내 금융사가 갖는 장점이 없어졌다는 것.
LG그룹과 채권단은 내년초 7000억원의 유상증자 대신 그룹 계열사들이 기업어음(CP) 등의 인수방식으로 8000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LG카드를 계열분리한 이후 여러 LG계열사들이 LG카드채 8000억원을 나누어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실제 자금력이 있는 LG전자와 LG화학이 지원을 떠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6.55%, 7.07% 급락했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LG그룹은 지주회사체제가 가지는 한계가 금융업포기를 가능케하는 요인”이라며 “문제는 LG전자가 LG카드에 8000억원 지원에 참여하게 될 경우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어 향후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도 이날 LG카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LG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이 있다면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신뢰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LG화학과 LG석유화학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부 우량 계열사의 경우 카드문제에 휩쓸려 주가가 급락한다면 새로운 저가 매수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카드문제가 완전히 해결(매각 완료 등)되기까지 상당기간 LG그룹주는 지배구조 불투명 등의 악재로 주가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