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주요국들 예산삭감에 곤욕
총 16개 EU국가들이 유럽 반도체산업의 기술우위를 목적으로 추진중인 ‘범유럽 반도체연구사업(Medea+·메디아플러스)’이 각국 정부의 지원금 삭감으로 내년도 연구계획의 상당부분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고 EE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메디아플러스’는 유럽 16개국, 280여개 기업체에서 2만50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유럽 최대의 반도체 공동연구 프로젝트로 오는 2008년까지 매년 6억달러의 연구비중 절반을 유럽 각국의 정부가 분담하기로 돼있다.
EE타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EU국가들이 관련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메디아플러스가 추진중인 38개 첨단기술 연구계획중에서 40%에 해당하는 14개 연구계획이 당장 내년 2월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메디아플러스의 제라드 마테론 정책담당은 “예산부족으로 스마트카드 보안기술과 텔레매틱스, 유럽 GPS위성용 보안칩, 나노리소그래피 등 유럽경제에 꼭 필요한 연구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유럽 각국 정부의 무성의를 비난했다. 이처럼 메디아플러스 프로젝트가 삐걱거리자 ST마이크로의 피스토리오 회장을 비롯한 유럽반도체업계의 거물 CEO들은 관련국가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반도체 R&D예산을 늘리도록 로비하고 있지만 반응은 신통찮다.
전문가들은 첨단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나름대로 우위를 유지해온 유럽 국가들이 통합적인 연구프로젝트를 지속하지 못할 경우에 수년내 미국, 아시아국가에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경우 나노급 반도체 개발에 매년 13억달러를 퍼붓고 최근 부시대통령이 나노기술 연구에 향후 4년간 37억달러를 투자하는 나노기술법안까지 통과시켰다. 또 일본정부는 매년 첨단 반도체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반도체 R&D예산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계 반도체 기업들은 16개 EU 국가들이 고작 연 6억달러의 예산도 마련하지 못해 공동연구가 차질을 빚는다면 향후 나노급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유럽은 영영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메디아플러스의 아더 반더폴 소장은 최근 베를린 포럼에서 “현상태에선 향후 메디아플러스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다른 미국, 아시아기업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