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현종오 전국과학교사협회장

 “지금 국가적 문제인 이공계 기피현상의 뿌리는 상당부분 부실한 과학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도 교육계만 탓하지 말고 미래의 과학영재를 키우는데 직접 도움을 줘야 할 때입니다.”

 일선학교에서 거창한 실험실 없이도 학생 1인이 모든 화학실험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 실험키트’를 직접 개발, 보급에 나선 전국과학교사협회장인 현종오 교사(47·성동기계공고 화학담당)의 말이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과학교육이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믿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과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난 5월 전국의 과학교사단체들을 모아 전국과학교사협회를 설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공계 교육의 뿌리인 중고등과학교사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수립에 직접 참여하고 실험위주의 현장과학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과학교육은 이론위주의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험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제대로 과학교육을 받지못한 학생들이 이공계의 유능한 기술인력이 되길 기대할 수는 없지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의 일관된 과학교육과정을 새로이 개발해 과학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되살리는 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실험키트에서 끄집어낸 것은 손가락만한 수용액병과 일회용 스포이드. 얼핏 소꿉장난감처럼 보이지만 이 키트는 중고교 과정의 모든 화학실험을 할 수 있고 가격도 개인이 살수있을 정도로 저렴해 일선 학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 회장은 이처럼 새로운 과학교육 콘텐츠 개발사업을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으로 확대하고 전국 중고교 과학교사 2만명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이공계 출신의 관계 진출을 늘리고 연봉을 올려주는 식으로 당면한 기술인력 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없어요. 기업들도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와 관련있는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이익입니다.”

 이같은 말로 기업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강조한 그는 또 우리의 여성기술인력이 적은데 대해 여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과학커리큘럼을 개발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대장금 열풍을 보면서 요리의 맛을 분석하는 화학교육과정을 개발하면 여학생들이 과학실험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지요. 한국에서도 훌륭한 여성 과학자가 나오려면 교육현장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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