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 국가 최고 의사 결정기구를 놓고 경합중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간 주도권 경쟁이 국가위로 가닥이 잡혀갈 조짐이다.
국과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 전문가 간담회와 국무회의에서 잇따라 “국과위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정책을 다루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갈수록 국과위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국과위가 명실공히 실권을 장악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과위의 위상정립은 청와대의 의지는 물론 상설 사무국 설치와 과기부와의 역할분담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 주재로 오는 18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제14차 국과위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과기행정 추진 주체 및 국과위의 위상 재정립과 관련해 어떤 발언이 나올지에 과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 힘 실리나=국과위에 힘이 쏠리는 이유는 현실론에서 비롯된 듯하다.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 등 범부처적으로 추진할 국책프로젝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 조율하고 정책을 결정할 의결기구가 국가위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과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이며 15개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과기계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반면 지난 9월까지만해도 국가 과학기술 정책 추진 시스템의 실세였던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갈수록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김태유 정보과학보좌관의 지원사격(?)을 받은 자문회의가 조직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며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 등 굴직굴직한 현안을 무리없이 소화하며 전면에 부상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의장, 김태유 보좌관을 사무총장으로 가세하고 주요 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자문회의법’ 개정안이 각계의 반대로 표류하면서 청와대의 선택은 이미 체제가 잡혀져 있는 국가위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국회가 자문회의 중심의 과기행정시스템 개편에 제동을 걸면서 자문회의법 개정안은 각부 장관의 위원 참여 조항이 삭제됐다.
◇변수는 없나=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 국과위 중심으로 과학기술 관련 정책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나 실상은 자문회의 쪽에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최근 국과위 중심론에 대해 청와대가 과연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인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산자부 등 주요 부처의 협조도 난제다. 과기부가 간사인 국과위에 대해 산자부 등 일부 부처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갖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 국과위의 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는 한 현시스템 아래선 국과위 위상 강화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문회의와도 역할 분담 문제도 여전히 변수. 과기계의 한 관계자는 “자문회의법 개정안이 수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김태유 보좌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조항이 살아 있어 국과위와 자문회의의 교통정리가 그리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과위 개편 방향=결국 청와대가 국과위에 힘을 실어준다면 국과위 체제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부처의 총체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현시스템 아래선 불가능하다는 것. 국과위 사무국의 독립을 통한 상설기구화와 김태유 보좌관의 참여설이 힘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과위 체제 개편은 필연적으로 주무부처인 과기부 위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 향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과위를 범부처 독립기구로 탈바꿈시킬 경우 과기부 기능의 결코 적지않은 부분이 이탈하기 때문. 이에 따라 과기계에선 “국과위 위상강화와 체제개편은 결국 청와대의 의지와 관련 부처의 양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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