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TV 감정싸움할 때인가

 지난 5일 오전 정보통신부 브리핑룸. 류필계 전파방송관리국장이 방송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류 국장은 “허가신청기한의 연장 여부는 방송법과 전파법상 허가권자인 정통부 장관이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 방송위가 소관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했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방송위가 내건 ‘정부가 결정한 미국식 디지털 지상파TV 전송방식의 변경이나 재검토가 필요한 경우’라는 연기 결의 근거 역시 전파법상 정통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방송위가 월권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브리핑은 일주일전 방송위 의결에 대한 정통부의 반박이다. 정통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할 말은 아니지만 방송위가 허가추천 지침을 내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감정적인 것은 방송위도 마찬가지다. 방송위는 지난 28일 허가추천 일정 연기를 위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정통부엔 불과 하루 전에 통고했다. 더욱이 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 ‘허가신청추천 기한’이 아니라 ‘허가신청 기한’이라고 명기해 정통부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두 기관의 갈등은 디지털TV전송방식 논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순전히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두 기관 관계자들은 서로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저 사람하곤 얘기 못하겠다”거나 “한번 손봐야 한다”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통신방송위원회와 같은 통합 조직 논의를 앞둔 두 기관의 마찰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논리 대결이 아니라 감정싸움만 골몰해선 곤란하다. 시청자와 산업계를 볼모로 하는 게 볼썽 사납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이 디지털TV를 살까말까 고민하게 만들고, TV제조업체와 부품업체 등 산업계가 투자의 불안감을 계속 갖게 만들 것인가.

 정통부와 방송위의 차분하면서도 신속한 논의가 아쉽다. 내심 전송방식 변경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면서 방관하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든지, 두 기관이 협상창구를 바꿔 분위기를 전환하는 등 다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감정싸움에 열중할 때가 아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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