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과학기술도 분권 시대’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잇따라 지방에 연구거점을 확보하고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이는 신규 연구개발 사업 확장으로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출연연들이 부지 포화 상태에 놓여 있는 대덕밸리에서 탈피해 참여 정부의 지방 분권화 정책에 맞춰 지방으로 분원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는 출연연들의 연구거점 지역 1순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창단지는 수도권과 대덕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편리한 교통과 충북도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분원 설립에 가장 적당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곳에 가장 먼저 대규모 연구 거점을 확보한 출연연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지난 4월 충북도와 26만4000㎡의 부지에 대한 무상 양여 계약을 체결, 제2의 캠퍼스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생명연은 본원을 유전체 및 단백질체 등 원천핵심기술 분야 거점으로, 오창 캠퍼스는 바이오 신약 연구소 및 뇌기능 연구소 등 응용개발 기술과 산업화 지원 인프라 거점으로 각각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은 지난 달 14일 충청북도와 오창센터 설립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BT 및 NT, BNT 등 차세대 융합기술의 핵심기지로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기초연은 대덕본원의 2배에 달하는 22만1100㎡규모의 오창 부지에 10년간 2355억원을 투입, 핵자기공명(NMR)파크와 대형 첨단연구장비 등을 도입하고 바이오 분석 및 나노특성 평가, 신기술 및 융합기술 연구기반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전남 고흥 우주센터에 이어 오창단지에 제3의 분원을 마련하기 위해 충북도와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
항우연은 대덕연구단지내 토지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신규 연구시설이 들어설 대규모의 부지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오창 단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항우연은 충북도와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오창 단지내 30만6900㎡의 부지를 확보, 향후 항공 헬리콥터 시험동 및 로켓 엔진 성능 연소 시험동 등을 건립, 신규 연구개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제주도 월정에 한국형 풍력 발전소 3개를 비롯해 풍력발전 시범기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며, 풍력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별도의 분원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기술연구원은 풍력과 관련된 신에너지개발 사업을 펼쳐 나간다는 복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도 오는 2005년까지 전북 정읍에 첨단방사선이용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건물 착공 등 기반 조성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연구센터 건립 후 방사선기술(RT)을 이용해 의료 및 공업·환경·생물자원·우주항공 등 실생활에 밀접한 첨단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대덕연구단지 관계자는 “출연연들의 잇단 지방 분원 설치 움직임은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발전 차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본원을 완전히 이전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대덕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 기고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과 비전
이규호 박사 khlee@pado.krict.re.kr
-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장
지난 40년동안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국가경제와 과학기술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연구환경의 안정성이 훼손됨으로써 우수 연구인력의 이직 현상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정부 출연연구소의 우수 연구인력확보 능력의 상실은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의 큰 원인이 되었다.
연구환경 훼손요인을 꼽자면 빈번하게 나타난 불합리한 정책 변화와 운영제도 개편, 이에 따른 출연연의 위상 저하, 무분별한 정년 감축, 후생지원 제도 축소, 연금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취해진 퇴직금 제도 개편, 장기적 연구계획 수립을 어렵게 해는 예측하기 어려운 연구비 수주 경쟁 유도 등이 꼽힌다.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위한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출연연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다 하기 위한 변화와 올바른 개선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우수 연구인력이 결합된 효율적인 국가연구개발체제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가 연구연구개발 사업의 핵심주체는 물론 출연연이 산학연 협력의 구심체와 우수인력의 저수지로서 사회에 과학기술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다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인 출연연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연연의 리더십 확보와 우수인력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이다. 국가 연구개발의 핵심주체로서의 운영체제를 확립함과 동시에 연구원들이 전문가로서 계속 육성되어 국가의 핵심적 인적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급히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각 출연연이 장기 비전과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으로는 역할분담에 의한 효율적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출연연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주체와 산학연 협력의 구심체로써 중·장기적인 연구목표를 설정하고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역량있는 연구원들을 확보하고 이들이 담당분야의 전문가로 발전하고, 나아가 정부 출연 연구소가 국제적인 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연연의 발전과 활성화를 통해 우수한 젊은 이공계 연구인력들이 계속 출연연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들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핵심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연금제도, 정년문제 등 연구 환경 등도 개선함으로써 출연연 연구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연연의 구성원들도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이제 다시 출연연의 비전을 확고하게 만들어 가야한다. 새로운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여 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출연 연구기관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쟁력을 갖춘 출연연구기관들이 과학기술과 국가경제발전의 선도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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