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갖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스타의 실제 성격과 인품이 어떠하냐는 것이다. 극중 아주 선한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실제로 좋은 성품을 지닌 것인지, 아름다운 사랑노래를 부른 가수가 진짜 순수한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팬들은 일반적으로 드라마와 영화에 그려진 인물, 그리고 음반에 표현된 뮤지션의 분위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악역이 손해를 보고 분노와 악의에 찬 듯한 음반이 다수로부터 외면을 당하곤 한다. 주지하다시피 광고회사는 CF모델을 고를 때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악역을 맡은 연기자나 으스스한 록그룹은 제외한다. 이유는 소비자선호도가 떨어져 상품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친근하고 넉넉한 인품의 이미지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한 유명가수가 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아닌 게 아니라 음악처럼 그도 포근하고 다정한 인물일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제의 그는 거만하고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런 진면목을 일반인들에게 전해주면 대부분은 “정말이요?” 하며 깜짝 놀란다.
‘인품과 음악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음악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 온 꺼리다. 어떤 사람은 그가 좋은 음악을 했다면 실제 성격과 관계없이 그를 인정해야 한다는 ‘기능중심’의 관점을 피력한다. 가수가 음악이 훌륭하면 됐지 그 이상 뭘 따지냐는 것이다. 반면 다른 측에서는 일례로 이기적인 성격의 가수가 만약 인류애를 노래했다면 그것은 일종의 대중사기라고 주장한다. 예술은 인품의 반영인 만큼 ‘인간중심’이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어느 측의 주장이 옳을까. 적어도 대중음악에서는 후자의 얘기가 설득력을 지닌다고 본다. 천재가 환영받는 클래식과 다르게 대중음악은 아티스트와 주변 환경과의 끊임없는 교류의 결과물이고, 따라서 지극히 ‘인간적인’ 음악가가 좋은 음악을 써낸다.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경험한 희로애락, 그리고 세상사는 이야기가 대중음악의 전부이므로 ‘난 사람’, ‘든 사람’이 아닌 ‘된 사람’이 대중가수에 어울리는 것이다.
가수를 만나보면 답답할 정도로 착한 사람들이 많다. 무대에선 사나운 록을 토해내는 밴드의 가수도 실제론 너무도 얌전하다.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은 선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음악을 하려면 먼저 인품을 닦아야 한다는 선인들의 충고는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나원주와 함께 듀오 ‘자화상’으로 활동하다가 ‘휴’라는 이름의 첫 독집앨범을 낸 가수 정지찬. 그는 “점점 나이 들면서 이 노래는 이런 코드에서 나왔다는 얘기보다는 이런 감성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싶어진다”면서 갈수록 인간적 근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뒤섞여 어울리면서 무수한 감성을 터득하고 싶다. 인간적이지 못하면 음악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만난 일본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담바타 세이치(反畑誠一)씨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음악을 평할 때 그 뮤지션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인간관계가 얼마나 영글었는가를 살펴본다. 음악의 진정성은 결국 음악인의 ‘인간성’으로 모아진다.”
인간적 면모가 휴지처럼 내팽개쳐지는 요즘 음악풍토에서 한번 되새겨볼 말이다.
임진모(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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