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 주도권을 잡아라](4)인프라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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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는 선진국, 소프트웨어는 후진국.’

 우리나라 텔레매틱스 산업 인프라는 한쪽에 치우쳐 있다. 기반 인프라로 불리는 통신환경은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는 걸음마 수준이다.

 도로로 치면 길은 잘 닦여 있는데, 이 길을 달릴 자동차를 만들 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SK텔레콤 정언화 부장은 “텔레매틱스는 기존 이동통신과 흡사한 인프라 산업”이라며 “특히 컨버전스산업인 텔레매틱스의 경우 통신이나 단말기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는 기본이고 교통정보, 지리정보 등 각종 데이터베이스도 제대로 갖춰져야 빛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초기에 엄청난 시설투자가 필요한 것이 텔레매틱스 산업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국내 텔레매틱스 산업을 기회이자 위기로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수영 본부장은 “한국의 최대 강점은 전국이 CDMA 단일망으로 묶여져 있고, 삼성, LG 등 세계 선두를 다투는 전자 제품 메이커가 포진해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역사가 일천하지만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꼽히는 교통정보의 경우 정보를 수집, 가공, 배포할 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못했고, 수시로 변하는 지리 및 도로 정보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업체들이 교통, 지리정보에서 나아가 ‘맛집’이나 ‘명소’ 등 다양한 POI(Point Of Interesting)정보로 고객을 공략하는 것과 비교하면 뒤져도 한참 뒤져있다.

 LG텔레콤 이순규 부장은 “미국이나 일본업체들이 사업초기에 불안한 통신환경으로 고전했다면 한국은 빈약한 애플리케이션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같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합 교통정보센터 구축이 정부부처의 알력다툼으로 표류하는 사이 SK와 로티스 등이 아예 독자적으로 교통정보 수집 및 배포체계를 구축했지만 정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기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중복투자만 불러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텔레매틱스산업협회 배효수 국장은 “지리 및 도로정보만 놓고 봐도 1년마다 업데이트하는데 드는 비용이 20억원 이상”이라며 “이같은 공공 DB 인프라까지 민간기업이 일일이 챙긴다면 수익성을 보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협회가 주요 DB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통합 교통정보센터 하나만 구축돼도 비용절감은 물론 서비스의 질도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교부, 문화부 등 유관부처들이 갖고 있는 기존 정보를 활용하면 지리정보, POI정보 등의 구축도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빌콤 허현 이사는 “유관부처들이 갖고 있는 기존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DB 인프라가 아주 취약한 편은 아니다”며 “문제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기적으로 활용할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하대 박수홍 교수도 “텔레매틱스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본 DB 확보가 급선무”라며 “DB 확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재빨리 가공하고 소비자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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