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반산업협회가 드디어 칼을 뽑았다. P2P방식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인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고소하는 초강수다. 운영자를 처벌할 수 없으니 사용자를 고발해 프로그램 사용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미 아이디를 추출해 사이버수사대에 넘겼다고 하니 신원파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불법파일 공유를 막겠다는 음반산업협회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49조를 위반할 소지가 많다는 점은 제쳐 놓고서라도 네티즌들을 적으로 돌림으로써 예상되는 사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인터넷 게시판에는 ‘네티즌을 다 잡아가라’ ‘음반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고발이 시작되면 이같은 움직임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되새겨봐야 한다. 불법 판결을 받았던 ‘소리바다’가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는 ‘소리바다2’로 진화해 법망을 피했다. 소리바다가 폐쇄된다해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앞으로 고품질의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 이를 녹음해서 공유하는 것도 불법으로 치부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볼 일이다.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의 절충도 필요하다. 산업적 논리에 충실한 미국은 일찌감치 유료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해결점으로 삼았다. 카자나 그록스터같은 무료 음악교환서비스가 여전히 존재함에도 애플의 유료서비스인 ‘i튠스 뮤직스토어’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도 유료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진출을 선언했다. 음반사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치가 음반사와 네티즌의 갈등의 구조로 확대돼 감정의 골만 깊게 패이게 만드는 악수가 되지 않기를 고대할 뿐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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