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은 인터넷주소자원법 제정

　인터넷주소 자원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과정에 접어들면서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대체 입법안을 제출하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본지 24일자 10면 참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위원장 안동선)는 25일 오전 인터넷주소 자원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하고 입법 추진기관인 정보통신부의 법률안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박상희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총 18명의 의석 중 박근혜, 김영선, 박헌기(이상 한나라당), 안상현(민주당), 이종걸(열린우리당) 의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다음날 오전 10시 열릴 예정인 공청회를 의식해서인 듯 확정적인 판단은 자제하면서 공청회에서 있을 정부측과 반대측 입장을 청취한 후 개별의견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상현 의원은 “지금까지는 정부측 의견을 듣는 데 치중한 만큼, 반대쪽 의사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 남았다”며 공청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법률안에 대해 어느 정도의 평가가 노출되기도 했다. 박상희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이 상당히 신빙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정통부 입법안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음을 인정했다.

　회의에 참석지는 않았지만, 안동선 위원장은 “전날 올라온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니 정부가 민간영역까지 너무 침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의 공공성이 점점 더 커지고, 사용인구가 3000만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 또한 불가피하다”고 중립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국회쪽 행보가 바빠지면서 피스넷, 진보넷 등 인터넷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긴급 연석회의를 갖고 26일 국회 공청회 이전에 대체 입법안을 제출키로 결의, 그동안 이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반대 활동을 펼쳐왔던 피스넷과 진보넷 등 양단체의 명의로 된 법안을 이날 오후 국회에 정식 접수시켰다.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은 “대체 입법안이 접수된 만큼, 공청회나 다른 기회를 통해 대체입법의 내용과 차별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쪽이 제안하는 대체입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가가 인터넷주소 관리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인정하면서, 다만 지정되는 기관을 민간사업자 영역에 국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수행할 핵심적 역할을 △인터넷주소의 개발 및 이용촉진 △국제협력 △인터넷주소관련 분쟁기구 설치 및 운영 등 공공적 분야에 제한시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26일 오전 10시 과기정위 회의실(본청 329호)에서 열릴 공청회에는 정통부 입법안에 찬성하는 전문가 2인, 반대하는 전문가 2인이 진술인으로 나와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찬성쪽 전문가로는 조태연 변호사(조앤파트너스 대표), 정찬모 연구위원(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참석하고 반대쪽에선 이동만 교수(인터넷주소위원회 위원장), 노태악 교수(사법연수원)가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공청회까지는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대통령 특검거부로 인해 한나라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키로 함에 따라 향후 입법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