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오피스업체 `짝짓기 바람`

 ‘뭉쳐야 산다.’

 하반기에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국내 오피스 시장이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산오피스 1위업체인 한글과컴퓨터가 경쟁업체인 씽크프리를 인수하는가 하면 업체 간 연대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오피스 프로그램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고 강력한 외산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자구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경쟁 오피스 업체인 씽크프리와 인수를 위한 의향서(MOU)를 체결했다. 한컴은 현재 씽크프리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두 회사는 곧 인수 본계약을 밟을 예정이다.

 한컴의 씽크프리 인수는 ‘한컴오피스2004’를 출시하며 한컴이 국내 오피스 시장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로 자리잡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상대로 세 과시에 본격 나섰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컴이 이제까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MS워드의 국산대체재 역할에 충실했다면 앞으로는 제품군을 다양화함으로써 공공기관, 기업, 일반 소비자 등 여러 계층의 오피스 수요를 고루 만족시켜 정면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 이번 인수는 동시에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씽크프리를 기반으로 연말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한컴은 씽크프리에 이은 차기 오피스 관련 투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표계산 프로그램 엑셀에 대응하는 국산 프로그램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넥셀’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넥셀’은 한컴오피스에 함께 탑재돼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기도 한 제품. 한컴은 ‘넥셀’ 개발사인 넥스소프트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일단 넥셀 인수가 두 회사 모두에게 실익을 가져온다는데 뜻을 모으고 세부 인수 조건을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근 넥스소프트 사장은 “넥스소프트는 자본이 넉넉치 않고 마침 넥셀이 한컴오피스에 공급되고 있으니 사후 고객 서비스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한컴이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기본 전제로 두 회사간 협상이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넥스소프트는 삼성전자의 워드프로그램 훈민정음 개발팀에서 분사, 2000년 8월 창업했으며 주로 공공기관에 수요를 확장해 왔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매출 신장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편 한컴, 씽크프리와 함께 3대 국산오피스 업체로 꼽히는 테크다임은 마이크로소프트나 한글과컴퓨터 등 메이저 플레이어와 동등하게 시장에서 맞붙는 대신 틈새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삼보컴퓨터와 손잡고 해외 PC업체를 대상으로 OEM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이번에는 리눅스 업체와의 제휴를 검토하는 등 전방위 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테크다임 지종원 이사는 “리눅스 OS 개발업체와 함께 리눅스 기반의 테크다임 리눅스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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