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시차제 실효 위해 후발사업자 보조금 허용해야"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당초 정책도입 취지대로 이동전화시장 유효경쟁 환경 조성에 실효를 가지려면 내년 1년간은 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주장은 국내 유수의 경제학계에서 나온 연구결과며 통신시장 비대칭규제 정책이 미흡하다는 강도높은 비판이어서 시행 한달여를 앞둔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놓고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경제학회(회장 유장희)가 20일 주최한 ‘이동통신시장의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외국어대 박명호 교수는 ‘이동통신시장 유효경쟁 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현 시장상황이 이어지면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시장쏠림 현상을 완화시키지 못하며 소비자 후생효과도 크게 반감시킨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학계의 연구내용이지만, 이미 법으로 금지한 보조금 지급허용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견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SK텔레콤의 높은 이윤 수준과 우량가입자의 비전환성, 매출기준 시장점유율의 증가, 소비자 정보취합의 제한성 등을 분석한 결과를 가고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소비자행태·시장구조·공급자행태 등 제반 측면에서 아직 유효경쟁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트워크 효과나 우수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 가입자 고착효과, 인위적인 시장선점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보다 강력한 유효경쟁 정책이 요구된다”면서 “인가와 신고로 단순 구분한 비대칭규제의 근거도 보다 명확한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TF·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의 마케팅·영업활동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는 쪽으로 이용약관 인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특히 가입자 전환이 보다 용이하려면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기간인 내년 1년간은 후발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요금할인·멤버십·판촉활동 등 영업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불과 한달여 앞둔 지금까지 국민 대다수가 제도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장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다양한 제도 보완책을 촉구했다. 박 교수와 경제학회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수록한 보고서를 내년 ‘경제학연구’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