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벤처기업의 봄

 한 달전까지만해도 거리를 금색으로 물들였던 은행나무가 그 금색 잎을 다 내버린채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다. 여름에 그렇게 푸르름을 자랑하던 수목의 잎새들도 가을을 지나오면서 갈색으로 변해 바닥에 수북하다. 이마저도 곧 닥칠 매서운 겨울 바람에 날려갈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무들은 슬슬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동물들 역시 월동준비로 분주한 시절이다.

 은행나무는 여름내내 푸르던 잎이 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이면 후세를 보전할 열매를 떨구고 가을 끝무렵엔 가지를 덮고 있던 잎새마저 떨어낸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면 어김없이 연두색 싹을 틔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지만 적어도 벤처기업에 있어서 내년 봄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꺼져가는 벤처기업의 열기를 다시 살리자는 의도로 3년전 뿌려진 각종 지원자금(양분)을 받았거나 받은 양분을 기업활동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벤처들은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괴담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괴담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 봄부터는 실제로 들이닥칠 현실이라는데 있다.

 당장 기술신용보증을 통해 지원된 자금중에서 벤처업계가 내년 5월까지 갚아야 할 벤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 증권(CBO)만 4289억원이나 되고 5월이후 12월까지 갚아나가야 할 액수는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역지자체별 신용보증조합 등을 통해 지원된 것을 더하면 그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닷컴 열풍과 벤처창업 붐이 식어가던 3년전 아사 직전의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 뿌려진 벤처지원 자금이 이제는 벤처기업의 목을 죄어 오고 있는 것이다. 벤처자금을 지원하는 기관들도 나름대로 벤처대란을 막기위해 상환기일을 연기한다든지 정부차원의 추가 보증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벤처기업들도 만기전에 주식을 전환하는 등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각도로 일어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요 며칠새 비가 내리고 나서 체감온도가 더욱 낮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 있을까.<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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