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23) 특유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한 영화였습니다. 만족합니다.”
‘...ing’ 출연소감을 밝히는 그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그렇다. 2003년 한해는 그에게 최고의 해로 기억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기경력 7년이 돼서야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시청률 50%를 육박하며 ‘김래원 신드롬’을 몰고 왔고, ‘...ing’에서도 주연을 맡아 호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인기몰이가 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숱한 ‘아이돌’ 스타와는 달리, 김래원은 조바심내지 않고 매순간 자신의 역할을 기다리며 얻은 노력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원한 마스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연기력은 ‘...ing’에서도 그대로 베어난다. 오히려 부쩍 성장했다는 느낌이 더 컸다. 첫눈에 반한 여고생에게 느물느물하게 접근하는 대학생 영재는 김래원이 갖고 있던 무거움과 어른 스러움을 어느 정도 떨어버린 듯 모습이 달리해 다가왔다.
뿐만이 아니다. 그의 진한 눈물 연기는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실 정도다.
‘옥탑방 고양이’와 비슷한 캐릭터였지만 차이를 두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ing’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김래원의 모습이 심하게 꿈뜰거린다.
그의 두 번째 출연작이기도 한 ‘...ing’는 가족과 연인의 풋풋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랑을 담은 멜로 영화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이자, 여고생인 ‘민아(임수정 분)’의 아랫집에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 영재가 이사를 오면서 펼치는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ing’의 사랑법은 더 없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그려진다.
특히 밝게만 소개됐던 소문과는 달리, ‘...ing’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이언희 감독은 “작품에는 모녀지간의 가슴 뭉클한 사랑과 연인의 풋풋한 사랑이 부드럽게 녹아 있다”며 “어떤 형태의 사랑이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항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목도 현재 진행형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ing’는 김래원의 강한 매력과 함께 무한한 잠재력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뜻한 사랑의 여운에 젖어 사랑의 원천과 본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ing’는 그래서 그에게 남다른 영화일른지도 모르겠다. 28일 개봉예정.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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