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다. 학생들에게 면접을 보면서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물어 볼 기회가 있었다. “이공계 전공을 하면 졸업 후 취업이 힘들지 않나요?” 학생들의 답이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은 이공계를 졸업하면 취업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공대 출신들의 취업률이 다른 전공에 비해 높으나 다른 전공에 비해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고 주로 직장이 지방에 많고,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이다. 과거 5년 동안 대학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인문계열 지원자가 전체의 48%에서 57%로 9% 증가한 데 반해, 자연계열의 경우 43%에서 27%로 16%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대입 수험생은 매년 8% 정도 증가했지만 이공계 학과에 지원한 수능응시자의 수는 27%나 감소했다.
이러한 이공계 지원 감소는 과연 얼마나 위기 인가. 대학은 사회가 필요한 경제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시장의 변화가 대학의 인력 양성 방향에 반영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은 이제 50% 이상이 이미 서비스업이고, 선진국 형으로 산업이 재편될수록 제조업의 비율은 더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공계열 전공자가 전에 비해 덜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장 논리로 본다면 이공계의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학생 감소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20%대에서 1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진국은 이미 이공계열의 대학생 비율이 10%대다. 사정이 낫다고 하는 일본이 20%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공계 학생의 양적인 감소보다는 질적인 하락에 있다.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 의학계열 등 일부에 너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수 이공계 학생들을 기초과학과 공과대학에 유인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에서 이공계 출신의 대우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이공계 인재 키우기에 힘써야 할때다.
대학의 이공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력을 보여 전통적인 분야에 첨단산업을 접목해 인력 양성 분야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수 이공계 학생에게 장학금이나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정책을 계속 지원하고 여성 우수 인력 확보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에는 국제화 감각도 포함해야 한다. 우리의 우수 인력들이 선진국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개발도상국의 우수 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우리 우수 이공계 인력의 빈자리를 외국의 우수 인력으로 지원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우리대학에서도 외국인 학생이 상당수 있어서 하는 수없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일이 특수한 경우로 보이지 않아야 할때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의대와 법대는 입학이 어렵다. 대학의 정원을 대학이나 정부의 조정보다는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와 같은 이익집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공학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교육인증제 기구가 있다. 이와 같은 기구에서 이공계 입학생 정원을 시대에 맞게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의 양적인 공급은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하고 시장과 대학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한 노동력 공급과 채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때다. 대학을 졸업해도 이를 수용할 시장이 없다면, 이공계 학생을 양산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시장의 변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민간 시장이 이공계 졸업생이 많이 필요한 환경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공계 전공자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수한 이공계 전공자들의 공급은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 지원해줘야 할 문제다. 이제 이공계 우수 인재에 관한 다양하고 대폭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한명이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가 나오게 되기를 바란다.
◆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ohl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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