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금방 ‘11전행’ 띠웠어∼그리고 오늘 광장에서….” “그래? 축하해∼ 퇴근하고 바로 들어갈께”
자동화기기 설계사인 김승규(32)씨와 박진숙(32)씨는 온라인게임 ‘뮤’가 맺어준 ‘뮤부부’다. 지난 2001년 10월 게임 내에서 만나 서로를 도와주는 친구로 출발해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만큼 그들은 항상 ‘뮤’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주부인 박씨는 집에서 게임을 하다가 아이템을 얻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는 것이 낙이다.
결혼식은 게임 내에서 먼저 올렸다. 장소는 붉은색 융단이 깔려 있고 촛불이 켜져 있는 데비아스성당. 길드원들과 지인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축하해 줬다. “신혼여행은 ‘로스트 타워’로 갔어요. 거기에서 결혼기념 사냥을 했죠. ㅎㅎ.”
이들 부부에게 있어 ‘뮤’는 생활의 일부다. 박씨는 남편이 출근하면 곧바로 PC앞에 앉아 ‘열렙 모드’에 들어간다. 박씨가 지금 키우고 있는 캐릭터는 261레벨의 에너지요정. 300레벨을 바라보는 남편의 마검사 캐릭터와 함께 사냥을 하기 위해 열심히 키워온 캐릭터다.
김씨가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퇴근 이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난뒤부터 잠자리에 들기전까지 4∼5시간 정도. 이들 부부가 합류해서 파티 사냥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같이 게임을 하기 위해 최근 컴퓨터를 한대 더 장만했어요”라며 남편의 얼굴을 슬며시 바라보는 박씨의 표정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이들은 함께 게임을 하다보니 좋은 점들이 아주 많다고 한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대화가 많아지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게임에 들어가면 항상 만나서 어울릴 수 있거든요.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척척 알아요.”
김씨는 이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혐오감을 주는 아이디나 캐릭터가 자주 눈에 띄고, 친한 사람의 아이디를 사칭해서 아이템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 게임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는 개발사가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직 ‘뮤’만큼 재미있는 게임은 못해 봤다”며 “빨리 아들을 낳아서 ‘부주’를 시킬 계획”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만큼 오래도록 온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며 유쾌하게 생활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소망이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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