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 미국 e베이가 17일 옥션의 잔여 지분 49.99%를 인수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e베이는 날로 치열해지는 국내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안정적인 시장 지배력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는 ‘친절한’설명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e베이가 공개 매수배경으로 밝힌 ‘경영권 안정’ 운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e베이는 옥션의 지분 50%를 확보한 지배주주며 옥션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이는 옥션에 대한 e베이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e베이의 이번 공개 매수는 한마디로 옥션을 수직 계열화해 ‘한국 지사’수준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입증하듯 이번 결정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옥션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재현 옥션 사장조차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이번 발표에 가장 당황한 업체가 바로 옥션일지 모른다.
e베이 발표 이 후에야 옥션은 임원 회의를 열고 사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본사에 연락을 취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는 후문이다. e베이 측은 이에 현행 증권거래법을 들어 사전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말 그럴까. 사실 옥션의 코스닥 탈퇴 방침은 이미 올 초부터 증권가에서 떠돌았다. 지난 9월 맥 휘트먼 e베이 사장이 방문했을 당시에는 일부 내용을 이미 정부 측에 내비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증’만 없었지 ‘심증’은 누구나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대주주인 e베이가 옥션과 관련된 사안 모두를 시시콜콜 논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옥션의 사업 방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특히 지금의 옥션이 있기까지 e베이의 경매 노하우와 경영 방침 못지않게 옥션의 직접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혹시 e베이가 ‘전자상거래 1위’라는 옥션의 명성이 순전히 자신의 힘이었다고 오판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디지털 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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