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디지털방송에 승부수를 띄웠다. 디지털방송을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삼아 정부와 방송사, 산업계가 합심해 뛰고 있다. 일본이 어떻게 디지털방송을 준비하는 지 5회에 걸쳐 현지 취재로 살펴본다.
통신업체가 주도적으로 방송·통신 융합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선 공영방송사인 NHK가 적극 선도하고 있다. 이는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두 나라의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양국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정부 정책과 업계 대응을 보는 관전법으로 유용하다.
공영방송 NHK는 최근 ‘디지털 시대의 공공방송에 관한 연구회 보고서’를 내놓고 NHK가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계기로 방송·통신의 융합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NHK는 보고서를 통해 △통신망을 활용한 데이터방송 보완 서비스 △서버형 방송 △통신 네트워크 이용 방송 △프로그램 리퀘스트 서비스 △휴대 단말기를 이용한 방송·통신을 융합한 새로운 방송서비스 실용화 및 연구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는 게 공공방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는 방송사가 적극 나서야 하며, 이를 국영방송사인 NHK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야케 세이 NHK 방송기술연구소장은 “NHK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송기술을 IT나 인터넷 기술과 접목시켜 미래의 방송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다음달 지상파 디지털방송 개시를 앞두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의 융합이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방송의 디지털화로 인해 정보의 전달 경로가 다양해지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가속화하며, 특히 지상파TV의 디지털화는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일본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NHK의 행보는 통신업체가 방송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오히려 방송사는 디지털방송에 대비한 신규 서비스 개발보다 통신업체의 방송 진출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웃나라 국영방송사의 보고서는 특히 정치권과의 공방과 전송방식 논란으로 점철되는 국내 지상파방송사들에는 큰 교훈을 던져준다.
NHK가 일본 방송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는 것이 이곳의 평가다. 또한 NHK는 디지털방송 시대에 필연적인 통신분야와의 접목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전 방송사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쿄=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 인터뷰 - 구보타 게이치 NHK 방송기술연구소 부소장
-일본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은 HDTV와 SDTV 중 어느쪽이 중심이 되는가.
▲일본 정부측은 NHK의 종합채널과 교육채널, 5개 주요 민간방송국의 채널이 모두 HDTV를 채택해주길 원한다. 그러나 채널 운영은 기본적으로 각 방송국이 결정할 몫이다. 단지 정부는 면허를 허가할 당시 일주일 방송분 중 50% 이상이 HDTV여야 한다고 규정지은 바 있다. NHK의 경우 종합채널은 HDTV를 방송하고 교육채널은 멀티 채널을 얻을 수 있는 SDTV방식을 채택한다.
-일본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은 자동차 등 이동체에서 수신이 가능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가.
▲신칸센인 도호쿠선과 전철인 아마노테선에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평균시속 275km를 기준으로 수신율(QSPK) 90.3%(터널 제외)를 기록했다. 이동체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 수신을 수신하는 기술의 개발에는 우리외에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적극적이다. 표준기술은 개발됐고 이제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내장기술 등을 개발하는 단계다.
-휴대폰이나 PDA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 서비스는 어떤가.
▲우리는 이미 통신업체인 KDDI와 함께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휴대형 수신단말기 시제품을 내놨다. NEC와 산요는 아예 상용화 모델을 개발해 선보인 상태다. 그러나 휴대폰에서 디지털방송을 보게 하려면 기존 MPEG2가 아닌 MPEG4 압축기술이 필요하다. 12월 시작되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MPEG2이기 때문에 단말기가 개발되었어도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MPEG4 관련 특허문제를 해결하면 곧바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쿄=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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