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갈수록 줄고 자립도 열악
벤처 창업의 산실로 여겨졌던 창업보육센터(BI)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17일 창업보육센터 및 입주 기업에 따르면 최근 일부 대학 및 연구소 등에 소재한 창업보육센터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으며 운영비 부족에 따라 입주 기업들에 무리하게 발전기금을 강요하거나 센터 건물을 대학 외부로 이전토록 추진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기획예산처가 보육센터 운영비를 2004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할 예정이어서 2005년부터 재정난으로 문닫는 창업보육센터가 속출하리란 전망이다.
◇보육사업 중단 속출=지난 2001년 덕성여대와 한국기계연구원(창원)이 창업보육센터 사업을 접은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써클에 이어 올들어 한양여대와 KTB인큐베이팅, 극동정보대학, 경남창업보육센터 등 모두 8개 기관이 보육 사업을 포기했다. 모 대학의 BI는 대학의 지원이 없는데다 입주 업체마저 거의 없어 최근 매니저가 몇달 간 월급을 받지 못해 BI를 떠나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대다수의 대학과 연구소들도 예외가 아니다. 센터당 연간 평균 운영비가 1억5000여만원에 달하지만 보육업체로부터의 관리비 수입은 4400여만원에 불과, 재정 자립도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족재원은 정부 및 지자체의 운영비 지원과 기관 자체의 출연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그나마 소속 대학 및 연구소의 지원자금이 해마다 축소되면서 보육사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학, 수익사업에 급급= 대전의 M대학은 대학의 자금 지원이 줄어들자 BI 운영비 확충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입주 기업들에 해마다 대학발전기금을 강요,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대학은 또 최근 정부에서 출자해 설립한 센터 건물을 강의실로 사용하기 위해 입주 기업들을 캠퍼스 외부 상가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대학을 포함, 5개 대학이 중기청에 캠퍼스 외부로 건물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 일부 대학 창업보육센터들도 졸업 기업에 대해 성공기부금제를 적용하려다 업체들의 반발로 한동안 마찰을 빚었다. 졸업기업의 성공 기준이 주관적인데다 경기침체로 BI졸업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분간 ‘성공기부금제’ 적용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향후 과제= 보육센터 관계자들은 “명목상 창업보육센터를 유지하는 것보다 운영이 부실한 창업보육센터를 과감히 통폐합,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매니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매니저 성과급 제도를 도입, 역량있는 매니저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기청 허순영 창업지원과장은 “현재 기획예산처 등 정부에 창업보육지원사업의 중요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는 만큼 창업보육센터 운영비 지원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창업보육센터 실태 조사를 통해 운영 부실 기관을 가려내고 보육사업의 내실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