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정보 차단·불신 팽배 등
부산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오성 사장(32)은 며칠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쇼핑몰에서 MP3 플레이어 등을 구입한 한 회원이 문의 전화를 통해 본사가 부산이라는 답변을 듣고 그동안 구매한 모든 상품을 전량 취소한 것이다. 경기도에 산다는 이 회원은 똑 같은 브랜드와 상품이라는 설명에는 아예 귀를 막아 버렸다. 결국 김 사장은 고민고민 끝에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서울에 사무소를 내기로 결정했다.
지방소재 전자상거래 업체가 이처럼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족한 인력과 꽉 막힌 정보에 지역 쇼핑몰 불신이라는 근거 없는 선입관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경과 지방을 초월한다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여전히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막연한 불신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는 계속 늘지만 지역별로 보면 80% 이상이 서울 지역에 편중돼 있다. 그나마 경기 인근과 부산 등 대도시는 나은 편이다. 이를 제외한 지방 소재 전자상거래 업체는 아예 본사 소재지를 알리지 않거나 본사가 서울이라고 거짓으로 둘러대는 등의 ‘편법’까지 동원하는 상황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지역소재 기업은 못 믿겠다는 막연한 불신에서 소비자가 쇼핑몰을 아예 외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상품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별 차이가 없다. 가전이나 컴퓨터 등 정형화된 상품은 상품을 공급하는 1차 벤더나 중간 공급업체가 거의 같다. 배송 기간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방에 생산공장이 있는 품목이나 지역 특산물의 경우는 지역 소재 쇼핑몰의 더욱 경쟁력을 갖고 있다.
부산에서 소형 가전몰을 운영해온 김오성 노나나닷컴 사장은 “상품이나 가격 등에 만족을 하고도 본사가 부산이라는 말에 구매 취소는 물론 반품까지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지역 쇼핑몰 운영자 모임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한 때 3000명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은 1800명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 마저도 단독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기보다는 옥션이나 온켓 등 경매업체나 종합 쇼핑몰의 벤더나 상품 공급업체로 전락한 상황이다.
조영훈 훈소프트 사장은 “지방기업들은 인력 수급과 기업 환경이 어렵다는 점 이외에 막연한 지역 불신까지 겹쳐 결국 회사를 정리하고 아예 서울로 올라가는 추세”라며 “지역 나아가 국경이 필요없다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강점을 무색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8일 ‘홈쇼핑몰 운영자 모임(http://cafe.daum.net/hmart)’과 마이마진 주최로 부산 지역에서 열린 지역 인터넷 쇼핑몰 세미나에는 200여명이 참석해 열띤 호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지역소재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쌓은 유통 경험을 가져 이를 전자상거래와 접목할 때 지역 경제 발전은 물론 전체 상거래분야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별 네트워크 구축, 정부 지원책 마련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