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음반메이저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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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노래하면 더 즐겁다.”

 온라인 음악의 성장과 CD 매출 감소로 위기에 몰린 주요 음반사들이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5대 음반사가 분점하던 세계 음악 시장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재 EMI와 워너뮤직의 합병 협상이 진행중이고 소니뮤직과 BMG도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 각서를 전격 체결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세계 음반 시장이 유니버설뮤직, EMI-워너뮤직, 소니-베텔스만의 3두 체제로 개편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음악시장의 독과점과 다양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함께 춤춰요=베텔스만 산하 BMG와 소니뮤직은 지난주 양사 음반 사업을 통합, 각기 50%의 지분을 갖는 소니BMG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전날 EMI는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으로부터 워너뮤직 인수에 필요한 16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해 합병 작업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워너뮤직은 EMI 외에도 시그램그룹 상속자 에드거 브론프먼이 이끄는 컨소시엄 등 몇몇 다른 투자자로부터도 매각 제안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노력=음반 업체들은 최근 몇년 사이 매출이 급감하면서 ‘CD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에 빠져있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세계 음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 감소하며 4년 연속 하락했다. 음반 업계는 파일교환(P2P)과 불법 복제가 매출 감소의 원인이라며 저작권 침해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EMI와 워너뮤직의 합병을 통해 연 3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와 BMG의 합병도 비슷한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5대 음반사 중 유일하게 미디어 재벌 계열사가 아닌 EMI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다. EMI는 BMG와의 합병을 추진하다 성사 단계에서 결렬된 바 있다.

 ◇독점은 곤란=그러나 3대 업체로의 지각 변동이 쉽게 일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니와 BMG의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다. 또 합병에 합의해도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EMI는 3년전에도 워너뮤직과의 인수를 추진하다 독점 우려로 승인을 얻지 못한 바 있다.

 독립 음반업체들도 “대형 업체들 사이의 어떠한 합병도 반대한다”며 “주요 음반사들의 합병은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소니와 BMG의 협력을 EMI-워너의 합병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규제 당국이 2건의 대형 합병을 동시에 승인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EMI-워너 합병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 경우 워너는 브론프먼 컨소시엄 등 다른 투자회사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음악 시장 여건이 3년전보다 나빠졌고 AOL-타임워너처럼 미디어 기업 합병의 실패 사례도 있으므로 정부가 반독점 논리를 강하게 적용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