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김경호가 변신한 이유

 김경호의 팬들은 얼마 전 발표된 7집 앨범을 보고 수록곡 중에 핑클의 노래와 제목이 같은 곡 ‘Now’가 들어있는 것에 꽤나 놀랐을 것이다. 그 노래는 틀림없는 핑클의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아니, 김경호가 핑클 노래를 불렀단 말야?”

 97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금지된 사랑’ 이래 ‘마지막 기도’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 등 주로 힘찬 샤우트와 함께 고음역을 넘나드는 메탈 스타일의 발라드를 들려주던 그가 나긋한 버블 검 여성그룹의 노래를 레퍼토리로 삼았다는 것은 아귀가 맞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좋은 반응을 얻었던 타이틀곡 ‘아버지’가 말해주듯, 앨범 전체적으로도 예전의 강한 톤이 수그러드는 등 변화가 두드려졌다.

 음악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김경호는 신보 활동에 임하면서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음악에 변화를 준 것처럼 외모 또한 이전의 어둡고 과묵한 이미지를 탈피해 밝고 명랑한 느낌을 부각한 것이었다. 팬들 간에는 “신중하게 결정한 것으로 보고 싶다!”는 호감과 “머리를 자른 게 너무 평범해서 싫다”는 불만조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TV출연횟수를 부쩍 늘려가며 ‘아버지’를 히트 선상으로 올렸지만 김경호에 관련된 대중적 이야깃거리는 ‘아버지’가 아닌 ‘Now’의 차지였다. 그를 잘 모르던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도 김경호가 누구인지 알게 될 정도였다. ‘핑클효과’인지 아니면 근래의 ‘이효리효과’였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앨범도 어두운 침체의 한복판에서 10만장 가까이 팔리며 선방했다.

 김경호도 프로듀서 김진권씨로부터 핑클 노래를 제의받았을 때 잘못 되면 ‘데미지’가 클 것을 우려했다. 누가 봐도 상업적 순간 처방임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Now’를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해 부르며 그 의도를 따랐다. 그리고 반응은 왔다.

 그는 이번 변화에 대한 만족도를 ‘반반’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망가진 것 같다고들 하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과정에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그 말은 내가 반드시 그런 방식에 종속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의 반짝 실험이었지,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후속곡으로 흡수력이 증명된 ‘Now’를 추천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다분히 김경호적인 곡 ‘오아시스’를 골랐다. ‘Now’의 흔적 지우기라고 할까. 그러면서 내년에는 다시 본연의 록적인 측면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경호는 “신보를 내기에 앞서 정말로 고민 많이 했다”고 했다. 95년에 데뷔, 6장의 앨범을 냈을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캐리어를 쌓은 그가 해야만 했던 고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앞이 보이지 않는 음반시장의 막막한 현실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들이 음악에 완전히 귀를 닫아버린 것 같은 극도의 구매력 퇴각은 음반제작의 의욕은 물론, 아티스트의 세계를 흔들어놓고 비상식적으로 만들어버린다. 김경호의 변형된 접근법은 바로 그러한 시장의 악령을 벗어나려는 고뇌의 몸부림일 것이다. 음악계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질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음악시장이 야속하다.

임진모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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