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새 패러다임을 만들자

 일본 방문 기회가 많아 일본, 일본인, 일본기업의 변화를 눈여겨 보게 된다.

 최근 10년간 일본은 성장률 제로라는 살인적인 불경기에 시달려 오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사람인들의 얼굴과 행동에서는 불황의 그림자을 읽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3가지 자문을 하게 됐다. 도대체 일본인들은 이 불황의 늪을 어떻게 헤쳐 가고 있는 것일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오고 있는 일본인, 특히 일본이라는 국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하였을까.

 필자가 지녀 왔던 이같은 의문은 최근 풀렸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카메라 생산업체인 C사와 S사 및 부품산업으로 유명한 R사의 전략에서였다.

 C사는 ‘21세기는 디지털 사회다’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업계 최초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초기 이 회사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C사를 보는 일본 시장의 눈은 부쩍 달라지고 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대히트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최소형 크기의 디지털 카메라 엑슬림 시리즈다.

 엑슬림은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돼 왔던 C사를 단숨에 리딩 메이커로 전환시켰다.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상품기획과 역전환의 사고가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이다.

 S사는 일본에서 지금까지 대기업이면서도 중소기업 같은 도전과 개척정신을 갖고 기업을 이끌어 온 회사다. S사는 최근 ‘타깃과 상품의 차별화’라는 전략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다름 아닌 마니아 전략이다. S사의 제품은 디카이지만 동영상 촬영기능을 갖춰 일반 디카 고객보다는 마니아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부품사업으로 유명한 R사는 원래 복사기분야에서 명성이 있는 회사다. R사는 사업확충을 위해 다른 회사보다 먼저 시장을 내다보고 선투자를 단행해 성공한 케이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생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하드웨어가 아닌 부품을 통해 시장에 접근한 R사는 국내 S그룹에 CDR/RW 픽업을 매년 100만개 이상 공급하면서 선두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남들이 안 하는 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라.’ R사는 바로 이 전략을 통해 기업의 수명을 최소 30년 연장시켰다.

 과연 3사가 기존의 이미지를 깨트리고 히트상품을 터트리면서 선두메이커로 부상할 수 있었던 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아닐까 한다. 기존의 틀을 깨트리려는 과감한 도전정신도 이같은 성공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과연 우리 기업들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노사대립, 여야대립, 지역대립, 이념대립 등 정말로 많은 대립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하는 시기다. 온 역량을 한 데 모아 우리도 우리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모두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어둡고 지루한 틀은 모두 깨트려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과 다르게 남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기술의 진화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고도, 앞선 틀 변화없이는 미국 퀄컴사에 1조5000억원을 지급해야만 하는 우리의 종속적인 산업구조는 절대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부터 일본의 대중문화가 한국시장에 전면 개방된다고 한다.

 지금부터는 문화, 물질 모든 방면에 걸쳐서 일본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상품, 소프트웨어, 문화, 인식, 관념, 행동 등 모두가 경쟁이다. 따라서 이제는 언제까지 들어 오는 것을 겁내고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만 한다.

◆우신MIT김창수 사장 en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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