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최대 전자산업 메카로서 명성을 떨치던 용산전자단지가 내우외환으로 사면초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용산단지 상인들에게 법률자문을 해오면서 외부에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그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접하게 됐다. 겉에서 볼때 용산단지는 컴퓨터와 혼수용 가전을 준비하려는, 한푼이라도 싼값에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용산전자단지는 이제 외형과 달리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눈부신 발전과 가격비교 사이트들의 등장, 지역밀착형 할인판매점들의 경쟁적인 확대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소비자 접근성이란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
기민하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패턴은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최저가 구입 여부를 확인하고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의 구매자들은 이제 지역에 들어선 대형 할인판매점 및 양판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환’에 덧붙여 용산단지는 최근 건물주와 임대인, 전차인간의 임대차 문제로 ‘내우’까지 겪고 있다. 특히 선인상가 사건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재정난에 봉착한 건물주와 임차인, 그리고 실제로 입주해 사업을 하는 전차인들의 이해관계의 충돌이라는 구도에, 부동산 개발자들까지 관여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최근에는 또 다른 상가에서 건물주(임대인)가 임차인들을 상대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대차관계 해소 문제로 관심을 모은다. 용산전자단지에서 일부 임차인들이 전대차를 통해 권리금 및 원 임대차와 전대차 사이의 임차료 차이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건은 건물주가 임차인들을 상대로 전대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원래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전차인들과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강수를 쓰면서 비롯됐다. 임대인의 주장은 물론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용산전자단지내 임대차 현실에서 볼때 현재의 임차인들은 많은 권리금을 주고 상가의 권리를 양수했다. 그런데 임대인이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묵인해 왔던 이런 사실을 갑자기 들추어내고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문제삼으며 전차인들과의 계약관계를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는 그나마 유지되던 용산전자단지의 상권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것은 순리일 것이다. 영업환경 및 상권의 변화와 임대차관계의 문제점 노출이라는 내우외환에서 조건의 불리함만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과 상거래형태의 변화는 오히려 용산전자단지가 능동적으로 이에 적응해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용산전자단지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매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용산단지를 단순히 전자상품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닌 쇼핑과 놀이가 접목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용산전자단지가 한단계 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선인상가에서 임대차 문제가 극한으로 표출된 것은 유감이 아닐수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경주됐더라면 훨씬 덜 소모적이고 모든 참여자에게 공감대를 가져다주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용산전자단지는 선인상가를 비롯해 나진상가, 전자랜드, 원효상가, 관광터미널상가 등 몇개의 단위 상가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각 상가는 용산이라는 큰틀에서 하나의 공동체다. 임대인과 임차인, 전차인들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될 때 공동의 이익은 달성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각 상가 마다 조직된 상인단체(상우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 하일호 HIH 법률사무소 변호사 kan@hih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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