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인터넷 갬블링

 우리 속담에 노름 및 주색잡기에 패가망신(敗家亡身) 안 하는 놈 없다는 말이 있다. 술과 계집질과 노름에 빠지면 누구나 집안을 망치고 신세를 망치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화투 포커 카지노 경마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폐인으로 전락한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술 담배 마약과 같이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지면 끝을 보기 전에는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 도박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단시간에 급속히 퍼지기 때문에 그 폐해가 엄청난 인터넷 갬블링(internet gambling)이다. 핵폭탄급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 한 번 빠져들면 시도 때도 없이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재미삼아 한번 시작했다가 폐인이 되는 것이 시간 문제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인터넷 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허가된 일부 장소에서만 있는 도박장을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사무실이나 안방에 옮겨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를 타고 정선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도박을 하기 위해 호텔에서 묵어야 할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손에 돈이 없어도 된다. 신용카드나 은행 구좌 번호만 있으면 얼마든지 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할 수도 있고, 옆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러한 편리함 때문에 불을 찾는 부나비처럼 인터넷 도박에 뛰어들어 인생을 날리고 가정을 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도박 폐해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이버 도박 사이트로 인해 피해를 보는 네티즌이 늘어나면서 단속의 손길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사이버 도박이라는 독버섯이 늘어나는 것은 현금을 거래하는 거의 모든 불법 카지노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카드 결제대행사를 외국의 법인으로 두면 물증확보가 어려운데다 사이트 운영자들이 대부분 차명계좌로 거래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계좌추적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00년 10여개에 불과했던 내국인대상 카지노 사이트도 지금은 200여개로 늘어났으며, 이들 사이트를 통해 거래된 외화도 3000만달러(36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도박을 중계하는 불법 카지노 사이트가 고개를 내밀던 지난 2000년 당시 정보통신부, 경찰청, 관세청 등이 합동 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이버 도박 근절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이버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단속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인터넷 도박이 밝혀졌을 경우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를 형사처벌하고 사이트를 폐쇄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경우 국내법의 효력이 없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인터넷 도박회사들이 서버를 앤티구아(Antigua)나 바뷰다(Barbuda)와 같은 남미와 아프리카 소국에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있다. 이러한 이치는 인터넷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제대로 사용하면 문명의 이기가 되지만 악용할 경우 사회를 좀먹는 독버섯이 된다. 사이버 갬블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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