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정보 소재]디지털산업 경쟁력 `바로미터`

 ‘세계 산업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확보하라’

 세계 산업 구조의 패러다임이 완성품 중심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21세기들어 세계 최고만이 살아남는 글러벌 경쟁시대로 진입하면서 완성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부품·소재 산업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이는 완성품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우수한 품질의 부품 산업에 달려있고 부품은 곧 소재 기술의 뒷받침 없인 성능 향상에 있어 태생적인 한계성을 안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나라 대일 수교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된 대일 무역역조 주범은 부품·소재로 지목되고 있고 이로 인해 완성품 무역 수지도 악화되고 있어 산업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제품 반도체·디스플레이과 떠오르는 효자산업 2차전지는 흔히 가마우지에 비유된다. 가마우지는 뾰족한 주둥이 덕택에 물고기를 잡는 선수인데 어부들은 그 가늘고 긴 목에 쇠줄을 묶어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으면 쇠줄을 당겨 물고기를 뱉어낸다. 전문가들은 물고기를 가로채는 어부는 일본으로 비유하고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는 한국의 신세와 닮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LG그룹을 포함한 대기업과 경쟁력 있는 중소 기업들이 핵심 전자소재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자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소재 개발을 통한 신규 고부가치 산업화 발굴이 활발, 우리의 경쟁 상대들은 녹녹치 않다.

 일본은 전자재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일본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과 제품이 수두룩하다.

전자재료 분야 대표기업은 뉴세라믹의 교세라, 세라믹필터와 MLCC의 무라타제작소, 액정의 샤프와 치소, 2차전지 분야의 산요, 디스플레이 재료의 스미토모와 JSR, 반도체용 웨이퍼의 신에츠, 석영(쿼츠) 분야의 호야, 산업용 글라스 분야의 아사히글라스 등이 손꼽힌다.

 일본 종합 전자 업체들이 실적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서도 이들 핵심 전자소재 업체 덕분에 매년 고수익·고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들 전자소재업체들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독립 기업으로 시작해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의 제일모직·삼성코닝, LG의 LG화학·LG실트론 그리고 SKC·코오롱 등 대기업은 물론 도레이새한·일진그룹 등 중견 기업까지 신규로 시장에 참여하거나 기존 사업 강화를 통해 전자재료 경쟁력 확보에 사력을 다하면서 일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전자재료 산업을 꼽고 신규 투자와 인력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이 우수 인력 육성에 나서면서 전자소재 자체가 거대한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전자재료 사업도 향후 5년 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한국이 삼성전자 등이 D램에 이어 플래시메모리에서도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고 있고 특히 LCD와 PDP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등이 생산량과 기술면에서 일본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도 지금은 일본 산요·소니 등과 격차가 크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이 격차를 점점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전자재료 업체들이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들 세트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일본 업체들을 추격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이들은 일본이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으나 80년대 중반부터 일본 D램 업체들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이들 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자재료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을 철저하게 배운다면 일본의 수준을 추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업체들이 장기불황과 금융 개혁의 부진, 제조업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CEO의 결단력 부족, 과감한 투자의 회피 등으로 슬럼프를 겪고 있어 정상의 일본 업체를 추격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자재료 업체들이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특정 대기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세트업체와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수직적 계열관계에 있는 경우 단기간에 성장하는데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지만 일본 업체들처럼 세계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힘들어서다.

  또 전자재료 사업은 일반적으로 관련 제품의 제품수명(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다가도 갑자기 위축될 수 있는데 국내 전자재료 사업이 막 이륙 단계를 지나고 있어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의 전자재료 산업이 사상누각이 아닌 탄탄한 토대를 바탕으로 성장하려면 일본 기업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배우고 국내 세트업체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최근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적으로 전자재료 분야를 육성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도움이 돼 고무적인 현상이다”라며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겠다고 있는 만큼 일본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지금부터 좀 더 섬세한 전략을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 이덕근 소장은 “한국의 경우는 갑을(甲乙) 관계가 아닌 횡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시급하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전자재료 산업을 이와 같이 구축한다면 대일무역 역조 현상도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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