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록물의 디지털 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이 시작부터 ‘해결의 방도를 찾기 힘든 난관(아포리아)’으로 빠져들고 있다.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기록물보존소는 지난 99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전국 709개 기관들이 모든 문서기록물을 보존·공유하기 위한 전산체계(자료관시스템)를 의무적으로 도입토록 했다. 이를 위해 최근 8개 전문기업들에게 기술인증을 부여하는 등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가 성동·중·강남구청을 제외한 22개 구청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자료관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혼선이 일고 있다. 정부기록보존소측은 “서울시와 원활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혼란스러울 게 없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의 자료관시스템 구축계획은 예산의 출처와 시스템 구조측면에서 정부기록보존소와 완전히 어긋나 있다.
우선 서울시 및 해당 구청의 자체 예산에서 30억여원을 마련한 가운데 7억5000만원 정도를 소프트웨어 도입비용으로 책정, 1개 구청당 3500만원 정도가 쓰여질 예정이다. 이는 조달청을 통한 자료관시스템 소프트웨어 조달계약의 최소 기준으로 알려진 7000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얻는 것은 장려할 일이겠지만 “수주경쟁에 나선 전문업체들의 출혈경쟁을 불러와 시스템의 부실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또 서울시 시스템 아키텍처(구조)는 1개의 중앙 서버에 22개 구청의 자료관시스템을 연계하는 ‘통합’형이다. 즉 자료문서의 생성·수집·축적·활용을 일원화하는 것인데 보존(30년)문서 이상을 정부기록보존소에 취합하되 개별 기관의 자체 자료관시스템에 데이터를 놔두고 필요한 것만을 꺼내 유통시키려는 행정자치부의 계획과 다르다. 한 가족(정부기관)이 같은 배(자료관시스템)를 탔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젖는 셈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를 ‘아포리아(aporia)에 빠뜨려 무지를 자각시켰다. 이번 자료관시스템 문제가 더 좋은 과실을 맺기 위한 혼돈으로 끝나려면 관련 기관 스스로 자각하는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정보사회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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