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쇼크 우려…관리시스템 등 도입 시급
환율 급등락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는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은 그나마 내년 예상 기준 환율을 설정하고 대비에 나섰지만 중소기업들은 마땅한 환관리 방법을 터득하지 못해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래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효과적인 환 관리 방식으로 IT기반의 환리스크관리스템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최근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환거래 실적이 있는 전국 213개 수출입 중소기업 가운데 무려 74.6%가 환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달러당 평균 환율이 현재의 1170원대에서 11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쇼크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효과적으로 환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방법을 모르거나 외환거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환리스크시스템개발업체인 아이포렉스의 이준섭 부장은 “최근 환율 급등락에 따라 환관리시스템 도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장 도입하겠다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며 “아직 시스템보다는 실무자들의 상황판단에 따라 환관리를 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자의 상황판단도 한계가 있어 요즘처럼 달러대 원화 환율이 1150원대와 1180원대 사이에서 급등락하는 상황에서는 환관리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환관리시스템은 외환업무 절차별로 실현된 외환손익 및 파생상품 손익을 수시로 산출해주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또 급격한 환율변동 상황에서 손익분석 및 각종 위험분석을 통해 미래의 환리스크 및 자금 관리 기능이 포함돼 있다. 기업 정보화의 근간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의 연동이 가능해 기업경영의 효율화도 함께 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편 대기업 가운데 삼성의 경우 최악의 경우 달러당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에 대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환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LG도 수출비중이 높은 계열사와 수입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기준환율을 이원화하여 적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수출이 많은 LG전자·LG필립스LCD·LG화학 등은 1050원, 수입 비중이 많은 LG칼텍스정유 등은 1250원으로 설정토록 한 것이다.
환관리 컨설팅회사의 한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변동은 기업의 이익·주가·자산가치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유변동환율제 하에서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육성이나 시스템 개발을 통해 헤징 등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