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증시 "일단 관망"

외국인ㆍ프로그램 매도로 수급 깨져

 지난 주말 외국인의 매도전환과 프로그램 매도로 주식시장이 뚜렷한 약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전망에서도 조정 기간의 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이 늘고 있고 ‘3분기 실적 발표’ 모멘텀도 차익 시현 욕구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는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많이 희석됐다는 평가다. 수급측면에서도 지난 주말 외국인 매도와 프로그램 매도물량 증가 등 균형이 깨졌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3분기 실적 모멘텀 사라져=지난주 실적을 공개한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등 인터넷 대표주는 물론 LG전자, 휴맥스, 삼성전기 등 국내 IT대표기업들의 실적은 모두 주가 상승 요인이 되지 못했다. 삼성SDI 정도만이 사상 최대 3분기 실적으로 각광받았을 뿐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치 수준, 또는 그 이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국에서도 MS의 실적에 대해 부진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IBM, AT&T, 아마존 등이 4분기 이후 전망에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는 등 어닝시즌 초기에 나타났단 경기회복 기대감도 많이 약해졌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사실상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어 더이상 실적측면에서 주가의 방향을 알 수 없다”며 “외국인 매매 동향과 투자심리 위축을 감안할 때 주가가 반등해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해외 동향·수급상 어려움=일단 국내 증시의 방향 역시 미국 시장의 방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 증시 역시 조정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아시아 시장의 약세흐름은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의 매수세가 ‘바이 코리아’라기보다는 ‘바이 아시아’였다는 점에서 주말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 하락압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수급상으로도 지난 24일 외국인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IT대표주를 중심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대량 순매도를 기록했고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프로그램 매수 잔고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장기 전망, 외국계도 엇갈려=지난 주말 외국계에서 내놓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렸다. 23일 모건스탠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투자의견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이후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부진한 움직임을 보여 저평가 메리트가 커진 데다가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24일 JP모건은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낮췄다. 부진한 내수소비 회복, 정치적 불확실성, 수출 성장률 둔화 우려, 증시의 과도한 외국인 의존도 등을 투자의견 하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기관마다 시장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에 불확실성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