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에서 하회마을까지는 불과 3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짧은 구간이지만 이 길은 도시를 떠난 여행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곳이다. 잘 단장된 지방도로 좌우로 노랗게 물든 가을 들녘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또 이맘 때면 농부들은 한 해를 정리하는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사람 사는 것 같아서 더욱 보기 좋다. 차창 밖으로 병산서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지났다면 곧 하회마을로 접어들게 된다.
하회마을은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낙동강이 이곳에 이르러 태극 모양으로 돌아 흐른다고 해서 하회라 한다. 혹은 몰도리동이라 하며 풍수지리상 태극형, 연화부수형에 속하는 길지로 꼽히고 있다. 연화부수형이란 마치 연꽃이 물 위에 뜬 형상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특별한 길지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원래 하회마을엔 하회탈 전설과 함께 전해지는 김해 허씨들이 살던 곳이었다. 그 후 광주 안씨가 터를 잡았고 다시 고려 말 조선 초 공조전서를 지낸 류종혜 선생이 하회마을에 터를 잡은 후 풍산 류씨가 600여년간 지내면서 풍산 류씨 집성촌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지금도 조선 중기 유학자인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때 영의정으로 국난극복에 큰공을 세운 서애 류성룡 선생 형제의 후손이 살고 있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지리적 여건으로 외침을 한번도 받지 않은 사연도 독특하다. 그만큼 길지라는 의미를 갖는다.
상류층의 기와집에서부터 민가의 초가토담집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한국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9년 4월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곳 하회마을을 방문해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하회마을을 둘러볼 때에는 마을의 외곽을 두른 방천둑으로 전체 지형과 지세를 살펴본 후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골목골목을 살피는 것이 한 방법이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난 폭 8m 정도의 길은 하회마을이 형성된 때부터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산이다. 지금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어 옛 멋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양쪽으로 마련된 흙담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낯선 바닥도 잠시면 잊을 수 있다.
마을의 중앙이 높고 가장자리가 낮아 중앙엔 기와집이 주류를 이루고 가장자리에는 민가들이 대부분 자리잡고 있다. 또한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집의 좌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가옥이 배산임수, 남향을 원칙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배치다. 이는 마을의 중앙이 높아 집의 좌향을 낮은 곳으로 두다보니 동서남북 중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강이 바라보이도록 좌향을 둔 것은 틀림이 없다.
마을입구에서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북촌, 왼쪽이 남촌이 된다. 북촌에서는 북촌댁, 양진당 등이 자리잡고 있고 남촌에는 하동고택, 남촌댁, 충효당 등을 볼 수 있다.
양진당은 풍산 류씨 대종택으로 현재 54칸이 남아 있다. 보물 306호로 지정되어 있다. 충효당은 류운룡의 아우인 서애 류성룡의 종택으로 소종택으로 분류된다. 양진당이 600여년, 충효당이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충효당을 지나 곧장 나아가면 낙동강을 막고 있는 방천둑에 닿는다. 지금까지 좁은 골목에 흙 냄새나는 고향 맛을 보았다면 이제부터는 탁 트인 넓은 시야에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강가로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그 가운데 갈대밭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방천둑에서 바라보이는 맞은 편 높은 절벽이 부용대다. 길을 돌아가면 부용대에 오를 수가 있는데 태극형 하회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 앞으로 소나무 숲이 빽빽이 들어서 지나는 사람에게 그늘을 나누어준다.
하회에는 두 가지 민속놀이가 전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하회별신굿탈놀이다. 지금은 하회마을 주차장 옆에 상설공연장을 마련, 매주 토, 일요일 한 차례 공연이 있어 하회탈놀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재미난 모양의 탈을 쓰고 차례차례 등장해 해학과 풍자를 전해주는 신명난 공연은 관객 모두를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어 있다.
<글·사진=전기환 여행작가 travy@travelchannel.com>
▲여행정보=하회마을 관리사무소에서 안내지도와 팜플렛을 나눠준다. 또 마을입구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약 5분간 하회마을 관람요령을 설명하고 있어 꼭 듣고 지나는 것이 좋다. 마을 곳곳에는 민박, 식당, 상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회마을 관리사무소 (054)854-3669
▲여행상품=테마투어넷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부석사를 다녀올 수 있는 주말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당일 일정으로 오전 7시 30분 출발해 영주 부석사를 들러 본 후, 하회마을을 관광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점심제공. 참가비 3만8000원 (02)2282-0624
많이 본 뉴스
-
1
반도체 R&D 주52시간 예외…특별연장근로제로 '우회'
-
2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3
LS-엘앤에프 JV, 새만금 전구체 공장 본격 구축…5월 시운전 돌입
-
4
“TSMC, 엔비디아·AMD 등과 인텔 파운드리 합작 인수 제안”
-
5
“1000큐비트 양자컴 개발…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 도약” 양자전략위 출범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9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10
공정위, 이통 3사 담합 과징금 1140억 부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