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여배우 이나영 이미지 변신

 CF와 드라마를 통해 상큼하고도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이나영(25)이 어리숙하면서도 열정에 가득찬 9급 공무원으로 좌충우돌하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11월 5일 개봉되는 ‘영어완전정복’에서 그는 양 갈래로 묶은 머리, 굵은 뿔테 안경, 뭔가 부자연스런 스카프, 어수룩해 보이는 말투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한층 원숙해진 연기력을 과시한다.

 “일부러 변신하기 위해서 작품을 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니까 꼭 해야겠다는 욕심이 들더라구요. 김성수 감독님과 일해보고 싶기도 했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나영은 그가 어떤 배역을 연기하건, 그 자체가 자신의 모습임을 강조한다. 평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주문하던 것을 감안하면 쉽게 수긍이 간다.

 ‘영어완전정복’은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 ‘나영주’가 영어 정복에 대한 일념으로 무작정 ‘영어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벌이는 해프닝과 사랑을 코믹하게 담은 영화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특히 영어 콤플렉스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인생과 남자를 깨달아가는 ‘영주’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사랑스럽다.

 “일단 작품을 붙잡으면 분석하고 따지고 하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빈둥거리게 되데요. 근데 촬영장에서 사인이 떨어지면 저도 모르게 ‘영주’로 변하는 거예요.”

 김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도 실은 ‘영주’라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어완전정복’은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연출하며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테크니션으로 주목을 받은 김감독으로서는 외도(?)였던 셈. ‘영주’라는 캐릭터가 워낙 색달랐던 데다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이나영이야 말로 적임자라는 생각에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실력은 못 되지만 처음 영어 테스트에서는 실력을 낮추라는 주문을 받았을 정도의 수준은 된다. “특별히 영어를 공부하기보다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연기하기 위해 충청도나 경상도 스탭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이 지역 출신 스탭의 발음을 녹음해서 듣고, 초보자처럼 끊어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한없이 망가진 모습이지만, 그녀의 상큼함은 여전하다. 영화 ‘천사몽’과 ‘후아유’에 이어 지난해 MBC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의 날개를 펼친 그는 이번 ‘영어완전정복’을 통해 여러모로 성숙된 느낌을 준다. 연기력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음은 물론이다.

 지나친 과장과 기교로 코믹 영화의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이나영의 성숙한 연기와 변치 않는 상큼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녀만의 작품이란 평가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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