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서비스 운영지침ㆍ윤리강령` 제정 추진
모의고사 준비로 피곤에 지친 C군. 머리나 식혀볼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접속, 최근 핫 키워드로 떠오른 ‘스와핑’을 쳐 본다. 하지만 검색 결과는 나오지 않고 무시무시한 경고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채운다.
“이 정보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 보호법의 규정에 의하여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습니다. 성인전용 정보 및 성인관련 키워드 검색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본 성인인증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규정 및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에 따라 청소년 유해정보로 구분되는 ‘성인 정보’들을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방지하는 실명인증 및 성인인증 절차입니다.”
C군이 검색하려한 키워드 ‘스와핑’은 19세 이하 청소년에게는 정보제공이 제한된 이른바 ‘금칙어’였던 것. 하는 수 없이 청소년 보호모드로 들어간 C군은 ‘위장침투 한달, 스와핑 어떻게 잡았나’ ‘스와핑 위험수위’ ‘스와핑-부부 성생활 왜곡 단면’ 등 성인정보를 제외한 뉴스만을 접할 수 있었다. 쇼킹한 사진을 기대했던 C군은 다소 실망했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인터넷 검색 사이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사 검색 서비스에 ‘금칙어’를 적용하고 있다. 유해정보 차단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한낱 금칙어 정도가 인터넷이라는 무한정보의 바다에서 청소년을 보호할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할까 의심스러워한 이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 전체가 한꺼번에 달려 들어 콘크리트벽에 가까운 바리케이트를 친다면 얘기는 달라 질 것이란 지적이다.
다음, 네이버, 야후, 엠파스, 천리안, 드림위즈, 한미르, 네이트, 신비로, 코리아닷컴, 세이클럽, 프리챌, 하나포스닷컴, MSN 등 14개 검색 사이트 검색 실무 담당자들은 22일 회의를 갖고 718개에 달하는 검색 금칙어를 각사 검색 서비스에 일제히 적용키로 전격 합의했다.
그 동안 업체별로 금칙어수, 선정 기준, 적용방식 등을 다르게 함으로써 특정 사이트에서 검색이 안 되면 다른 사이트로 옮기는 ‘메뚜기족’을 양산하고 차단효과는 오히려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따라 페이지뷰가 줄어들어 온라인 광고 등에서 경쟁업체에 뒤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금칙어 적용은 유야무야된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 바리케이트’가 11월부터 작동개시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더욱이 이번에 선정된 금칙어 700여개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업체들의 청소년보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업체들은 ‘금칙어 검색관리 실무자협의회(가칭)’를 구성, 분기별로 회의를 갖고 지속적으로 금칙어 목록을 업데이트하고 금칙어 적용기준에 대해서도 논의키로 해 일회적인 전시성 행사를 넘어 하나의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대를 계기로 검색 업체들은 ‘검색서비스 운영지침 및 윤리강령(가칭)’의 제정도 추진하고 있어 인터넷 업체들의 청소년 보호 활동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선정된 718개 금칙어는 14개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선정한 것으로 업체들이 그동안 개별적으로 선적, 적용해온 금칙어들 중에서 공통된 단어(603개)와 최근에 핫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115개)들을 압축한 엑기스다. 여기에는 최근에 핫 키워드로 떠오른 스와핑은 물론 비지니스클럽, 뽈로노, 민증위조, 엑스터시, 원조교제, 최음제, xxx비디오, 폰쎅 등 검색시 불법, 음란정보들과 연결되는 단어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한명호 부장은 “인터넷상의 불법, 유해정보를 일일이 심의,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업체들의 자율규제가 정착되어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