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공개 SW는 신성장동력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세계 IT시장은 과거 기술 중심의 경쟁체제에서 규모 중심의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몇몇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HP가 컴팩을 인수해 몸집불리기에 나섰고 IBM도 티볼리, 로터스, 래쇼날 등 솔루션업체를 M&A해 SI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오라클은 어느덧 ERP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고객에 대한 영역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MS는 윈도라는 운영체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오피스라는 애플리케이션 분야 뿐 아니라 보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서버분야에서도 ERP, CRM 회사들을 사들인 후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오피스SW의 88%를 특정기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패키지SW의 80%가 거대 다국적기업 제품이다. 세계시장이건 국내시장이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대 기업들이 그 규모를 배경으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규모의 경제로 시장이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영세한 우리나라 SW업체가 비집고 들어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IT업계가 찾아야 하는 돌파구는 무엇일까. 바로 시장의 선점이다.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점해 주도할 수 있는 틈새시장 내지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하는 것이다.

 MS가 윈도라는 OS를 선점해 브라우저 분야와 미디어 플레이어 분야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의 SW시장은 기술 우위보다 선점의 우위성이 두드러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환고리 때문에 IBM을 비롯한 델, HP, 오라클 등이 리눅스라는 공개운영체계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SW업계의 입장에서도 원천기술의 한 분야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 SW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스트 PC, 모바일, 유비쿼터스 분야는 아직 그 운영체계의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는 신천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임베디드 SW분야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급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메모리, TFT LCD 등 관련되는 요소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우수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선택하는 임베디드 SW 플랫폼이 향후 세계 디지털홈 서비스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리한 상황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정보통신부에서는 공공기관부터 점차 운영체계를 리눅스로 바꾸고 오피스, 익스플로러 등도 오픈시스템에 기초한 오피스, 브라우저로 바꾸어 가는 공개 SW 활성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상상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절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나아가서는 미주, 유럽과 연대해 관련 SW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설령 이러한 시도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훗날을 고려하면 전혀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공개 SW 활성화 지원을 통한 시장 선점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만큼 우리나라가 자칫 지금 머뭇거리게 되면 공개 SW마저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

 SW시장 자체가 선점의 효과와 규모의 경제로 움직이는 분야인만큼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공개 SW분야로 빨리 눈을 돌려야 하겠다. 비단 정보통신부만이 아니라 관련 업계와 부처가 중지를 모아 눈앞의 기회를 잘 살려 강력한 SW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hjko@softw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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